그대에게서 나에게로
나를 아프게 한
그대에게서
눈을 돌리겠습니다
잠시가 될지
오랜 시간이 지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그대를 떠올리면
그대를 향한
참을 수 없는
분노만 치오를 뿐이니
일흔일곱 번은 고사하고
일곱 번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용서도
지금은 할 수 없어
나를 아프게 한
그대에게서
눈을 돌리겠습니다
다만
아파하는 나를
조심스레 바라보겠습니다
그대로 말미암아
몸과 마음이 무너진
나조차 어찌할 수 없는 나를
정성껏 보듬겠습니다
그대로 말미암아
힘없이 쓰러진 나를
굳건히 일으키겠습니다
무조건 용서해야 한다는
윤리적 강박에 짓눌린 나를
자유롭게 풀어주겠습니다
용서의 억지웃음 지으며
아무렇지 않은 양
너그러움이라는 가면을 쓴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겠습니다
다만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용서하시는 하느님께
나를 내어드리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통하여
당신의 뜻을
이루시리리라 믿기에
하느님께서
나를 통하여
당신의 뜻을
이루시기를 바라며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굳게 선 나를
온전히 하느님께
내어드리겠습니다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