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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3-13 조회수 : 2706

저는 새벽마다 샤워합니다. 만약 샤워하지 않으면 괜히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 그날도 새벽 운동을 하고서 샤워를 하는데 문득 어렸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샤워를 잘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신체검사가 있을 때만 목욕탕에 가서 목욕했고, 겨울에는 뜨거운 물이 아깝다고 커다란 빨간색 고무 다라(‘다라이’가 일본말이지만, 이렇게 써야 더 쉽게 이해될까 봐 그냥 씁니다)에 받아놓은 뜨거운 물에 나이순으로 온 식구가 목욕하곤 했습니다. 

늘 마지막 차례였던 제가 목욕했던 물을 깨끗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때에는 더럽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목욕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지금 사람들은 대부분 매일 샤워를 합니다. 그래서 늘 깨끗한 몸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깨끗하기 위한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요? 어렸을 때 연중행사로 목욕하는 것처럼, 일 년에 두 번 판공성사 하는 것으로 깨끗하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요? 

분명히 깨끗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깨끗하다고 생각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래서 자신은 옳고 남은 틀렸다며 너무나 많이 판단과 단죄를 반복하는 우리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바리사이가 바로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스스로 아주 잘난 줄 아는 바리사이는 오만과 자만에 빠져서 자기가 가장 큰 죄인인 줄 모르고 터무니없이 남만 비난하고 있었지요. 

이 바리사이는 찬양 제물로 하느님을 섬기는 이들이 빠지기 쉬운 교만의 위험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참회라는 유익한 치료제를 통해 자기 병을 고백하는 대신, 자신은 건강하고 다른 사람들은 병든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에 반해서 세리는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오히려 가슴을 치며 자신의 죄가 많음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그의 기도하는 자세는 커다란 겸손을 보여줍니다. 그는 자비를 간청했고 의로움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는 남과 견주어 자기가 더 낫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가 가장 비천한 죄인임을 알고 고백합니다. 

자신의 의로움을 고백하기보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가 더 어려운 법입니다. 이렇게 용기 있게 자신을 낮추어 죄를 고백하는 사람에게 이런 원칙의 말씀을 하십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누가 더러운 물속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이 물에서 나올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그 안에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볼까요? 그렇다면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 보십시오. 혹시 더러운 죄와 악에 빠진 것은 아닐까요? 당장 빠져나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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