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주일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는 삶
[말씀]
■ 제1독서(2역대 36,14-16.19-23)
기원전 3세기 자신들의 지난 역사를 되돌이켜 보는 가운데 유다인 저자 역대기자들은 예루살렘의 파괴와 바빌론 유배는 과거 범죄에 대한 응벌이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응벌은 결정적인 응벌이 아니었으니, 이는 이스라엘의 철저한 회개 또는 공로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당신 계약에 신실하신 하느님의 사랑 덕분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스라엘은 과연 이 역사적 교훈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알아듣고서 율법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기로 다짐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 제2독서(에페 2,4-10)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무상으로 드러난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부는 “잘못을 저질러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리셔서” 우리가 새로운 생명 곧 구원에 다가서도록 자비를 베푸시며, 신앙의 눈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도록 이끄신다. 이 새로운 삶은 무한히 자비하신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이기에,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된” 작품답게 선한 생활로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 복음(요한 3,14-21)
복음저자 요한은 예수님이 니코데모와 나누신 대화를 소개하는 가운데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의 의미에 대한 묵상으로 나아간다. 이집트 탈출 사건 당시 펼쳐진 기적적인 이야기 하나를 비유로 들어가며 복음저자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상 죽음을 통하여 어떻게 생명의 신비를 드러내시는가를 밝힌다. 예수님은 성부의 사랑을 드러내시고 이 사랑에 당신 자신의 희생을 통해 응답하시면서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사하시고자 이 세상에 오신 분이다.
[새김]
■ 오늘 말씀의 주제는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주어지는 하느님의 사랑이다. 유배라는 응벌의 종말이 그랬고(1독서), “들어 올려진”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구원과(2독서) 영원한 생명에 관한 약속이(복음) 그랬다. 인간의 삶에서 부정할 수 없는 고통을 특별히 묵상하는 이 사순시기, 묵상의 초점은 결국 고통이 제아무리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여도 하느님의 사랑을 누를 수 없음을 믿고 감사하는 데 있어야 할 것이다.
■ 무상으로 주어지는 하느님의 사랑 앞에서, 우리는 잘못을 철저히 뉘우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하느님의 작품”임을 믿어 고백하면서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대로 선행을 함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선행은 우선 생명과 진리인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름으로써 빛을 좇고, 형제들과 무한히 그리고 무상으로 나눔으로써 빛을 발산시켜 나가는 삶이어야 할 것이다.
교우 여러분, 하느님은 사랑이시며 십자가는 그 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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