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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3-15 조회수 : 3085

자전거를 오랫동안 타고 있습니다. 요즘이야 무리하지 않고 자전거를 편하게 타고 있지만, 예전에는 먼 거리를 갔다 오기도 했고 험한 산에 가기도 했습니다. 사실 산이나 도로의 오르막길을 오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가슴이 터질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위안을 받는 것은,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다는 사실이지요. 내리막길을 달릴 때는 얼마나 신나는지 모릅니다. 힘을 들이지 않아도 시원한 바람을 가로지르며 아래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놀라운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힘든 오르막길에서 다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신나는 내리막길에서는 많이 다칩니다. 저 역시 자전거 타다가 다쳤을 때를 떠올리면 모두가 편한 내리막길에서였습니다.


예전에 등산할 때, 산악반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올라갈 때는 아주 힘이 들어. 그런데 힘이 덜 드는 내려올 때가 훨씬 위험해.”


등산도 자전거 타는 것도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통과 시련이 나를 힘들게 하는 가장 위험한 순간인 것 같지만, 가장 위험했을 때는 편안함을 느끼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될 때였습니다. 안일한 마음을 갖게 하고, 이로써 교만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찾아온 왕실 관리는 헤로데 조정의 관리이거나 유대아에 파견된 로마 황제의 신하일 것입니다. 그를 종들이 마중 나왔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을 볼 때 그가 높은 지위에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를 꾸짖으시는 듯한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직접 아들을 만나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볼 때, 아직 부족한 믿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말씀으로만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라고 하실 뿐이었습니다. 그는 이 말씀을 믿고 떠나갑니다. 그리고 종들의 증언을 통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순간에 아들이 치유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치유되었습니다. 그런데 왕실 관리였던 아버지 역시 치유되었습니다. 주님에 대한 불신의 마음에서 굳은 믿음을 갖춘 참 신앙인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들어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고통과 시련이라는 우리가 실망할 방법으로 들어주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겸손의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곧바로 응답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보다는 가장 적당한 시간에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기다림을 가져야 합니다.


고통과 시련이 오히려 주님을 굳게 믿게 되는 커다란 기쁨과 행복의 시간이 아닐까요?


인생은 그런거야.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에게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하라고 합니다.


“인생은 그런 거야.”


실제로 “인생은 그런 거야.”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호전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인생은 그런 거야. 나는 운도 지지리 없어.”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현실과 함께 살고 이 위에 굳게 서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야.”라고 말해야 합니다.


사실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참 많아 보입니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부정적인 나를 찾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긍정적으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만이 “인생은 그런 거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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