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5주일
십자가는 새 계약의 완성
[말씀]
■ 제1독서(예레 31-34)
기원전 7세기 말엽 예언자 예레미야는 모세 시대에 체결된 시나이 계약이 결국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지 못했음에서 온 결과로 유다의 멸망을 이해하고서, 임박한 유다의 멸망과 바빌론 유배하는 응벌의 시간을 지나 정화될 인간의 마음에 새겨질 새로운 계약을 선포한다. 인간의 온갖 범죄에 대한 하느님의 용서를 바탕으로 하는 ‘새 계약’은 인간의 마음을 근원적으로 변화시켜 율법을 더는 무거운 짐으로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은총의 선물로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 제2독서(히브 5,7-9)
구약시대에는 그저 소묘 정도가 가능했던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어떻게 완성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히브리서 저자는 그리스도께서 시련을 통하여 온몸으로 수용하신 순종을 강조한다. 그분의 순종은 굴종과는 달리 자신의 생명보다는 이웃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구하려는 헌신적 사랑이 전제될 때 가능한 행위였다. 이렇게 그리스도는 성부의 구원 의지에 대한 전적인 순종으로 율법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구원, 지금까지 그 누구도 성취할 수 없었던 구원의 원천으로 머무신다.
■ 복음(요한 12,20-33)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 그리스도는 두려움을 숨기지 않으시면서도 앞으로 겪을 수난과 죽음이 성부의 사랑에 화답하는 사랑의 선물이 되리라 확신하신다. 수난과 죽음은 하느님의 나라가 사랑이 지배하는 나라임을 증명해 줄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겪으실 수난과 죽음은 따라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거룩한 과정으로 이해되며, 하느님의 의지는 바로 인간과 세상 구원에 있음을 천명하는 구체적 사건으로 자리한다.
[새김]
■ 구약의 예언자들이 여러 차례 ‘새 계약’을 예고한 바 있으나(호세 2,20-22; 에제 36,24-28; 이사 54,4-10 등), 오늘 제1독서와 같은 새로운 차원의 계약 문구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 계약은 특히 인간의 죄에 대한 용서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의 변함없는 기본 주제가 ‘나는 너희의 하느님, 너희는 나의 백성’이라면, 당신 백성의 거역에도 불구하고 용서로 새로운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며 감사의 예를 드려야 할 것이다.
■ 예레미야가 예고한 ‘새 계약’은 성부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하신 성자께서 몸소 겪으실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 체결된다. 이 피로 우리 인간은 죄의 사함이라는 크나큰 선물을 받고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사순절 마지막 시기 우리의 죄 때문에 대신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을 맞이하실 그리스도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의 회개를 위한 기도와 희생 또한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우 여러분, 십자가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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