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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4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4-04 조회수 : 3225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에 따르면 우리가 사회에서 맺을 수 있는 인맥의 최대 숫자는 150명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마당발이라 불릴 정도로 관계의 폭이 넓은 사람도 그 이상의 인맥을 형성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 제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 숫자는 1,000명이 훨씬 넘습니다. 얼마 전에 한 차례 정리했는데도 이 정도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100명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관계를 만들어나가려 해도 한계가 있다는 말에 큰 공감을 하게 됩니다.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이 정도 해줬는데 상대방은 내게 왜 그 정도도 못 해줄까 하면서 관계 맺지 못하는 상대를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미워할 것이 아니라, 그냥 그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덜 상처받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관계를 완전히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회복할 수 있는 관계가 될 것입니다. 

자기 주변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을 줬으니 상대도 사랑을 그만큼 줘야 한다는 세상의 법칙은 나의 욕심을 채우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법칙을 계속해서 따르고 싶나 봅니다. 그래서 인맥의 최대 숫자가 150명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은 주님 부활 대축일입니다. 드디어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죽음을 유일하게 이기신 분이 되셔서 우리에게 더 큰 사랑으로 오신 것입니다. 큰 사랑을 주셨지만, 이 사랑을 죽음으로 돌려준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닙니다. 관계를 끊기 위해 부활하신 것이 아니라, 사랑을 거부한 것조차 당신의 사랑으로 감싸 안으시기 위해 부활하셨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크게 기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너무나 큰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나약함과 부족함으로 150명과도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우리인데, 주님께서는 당신을 거부하는 사람들과도 관계를 끊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 사랑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역시 그 사랑을 따를 수 있어야 합니다. 관계를 끊는 것에 집중하는 삶이 아닌, 관계를 이어가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찾는 삶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받은 것을 생각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의 사랑을 따른다는 것은 그만큼 할 것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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