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0일 [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사도행전 4,13-21
마르코 16,9-15
사도들은 주님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 동행하시고,
내 안에 현존하신다는 강렬한 의식 속에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사도행전은 신약성경의 다섯번째 책으로 초대 교회 공동체의 생활상과 사도들의 행적에 대해서 소상히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신약성경 가운데 유일한 역사서로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이 어떻게 만방에 전파되고 지속되는지를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의 저자는 바오로 사도의 협력자이자 제3복음서의 저자인 루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와 요한 사도에 대한 루카복음사가의 기록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그 무렵 유다 지도자들과 원로들과 율법학자들은 베드로와 요한의 담대함을 보고 또 이들이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임을 알아차리고 놀라워하였다.”(사도행전 4장 13절)
제가 사도행전을 기록했다면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 예수님의 애제자였던 요한에 대해 최소한의 예우를 갖춰 기록했을 것입니다.
적어도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신 어떻게 하면 그들의 약점을 감추고 장점을 부각시키려고 애를 썼을 것입니다.
“이들은 비록 정식 율법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지혜롭고 총명했다.
특히 전문직 어부로서 갈릴래아 호수 전체를 꿰뚫고 있었으며, 고기잡이에 관해서는 둘째가면 서러워할
노하우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루카복음사가는 그 어떤 가감도 없이 솔직하게 두 사람의 출신배경을 소개합니다.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
따지고 보니 그렇습니다.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던 베드로와 요한 사도는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지혜와 경륜이 충만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당대 둘째가면 서러워할 율법학자들의 토론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언변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사도들의 가르침은 진솔하고 강력했으며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난다긴다 하는 율법학자들도 사도들의 논리정연하고 탁월한 가르침 앞에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습니다.
강의를 하거나 듣다보면 즉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잘 준비되고 진지하게 숙고된 강의인지, 아니며 그저 현란한 말재간과 품위가 떨어지는 천박한 유머로 포장된 영양가가 조금도 없는 강의인지.
사도들의 가르침에는 우선 힘이 있었습니다. 솔직하면서도 담대했습니다.
애써 포장하거나 과장하지도 않았습니다. 적대자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위축되거나 감추지도 않았습니다.
그 어떤 권력가들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외쳤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사도들이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씀을 선포한 것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도들은 예수님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 동행하시고, 내 안에 현존하고, 나를 이끌고 계신다는 강렬한 현존 의식 속에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적대자들의 협박과 위협에도 조금도 주눅들지 않았습니다.
칼이 목에 들어와도 전처럼 뒤로 숨거나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그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자리잡고 계셨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 역시 무식하고 평범한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제 안에 굳건히 모시고,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뜻을 먼저 찾으며, 주님의 이름으로 말씀을 선포할 때, 저 역시 강건해지고, 지혜로 충만해지며, 그 어떤 두려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용감히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게 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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