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시대에 ‘치유 받았다’라는 것은 병이 낫더라도 죄는 남아서 또 다른 예식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병환자가 치유된 다음에 사제에게 몸을 보이고 또 예물을 바치는 과정을 밟는 것입니다. 그런데 용서라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런 과정을 생략하십니다. 용서되어 깨끗해졌기 때문에, 굳이 사제에게 갈 필요도 없고 예물을 봉헌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가난과 연결된 병자를 예물이란 짐에서 자유롭게 해줄 뿐 아니라, 이런 의식을 재생산시키는 예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이런 분이 바로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님이십니다. 치유 너머까지 바라보시는 분이십니다. 죄의 결과가 ‘병’이라고 생각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이 모든 말씀과 행동은 새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기성 종교의 반발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 대한 주님의 사랑은 기성 종교의 반발을 누르기에 충분했습니다.
어떤 순간에서도 사랑의 길을 가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원리원칙을 내세우면서 사랑의 길을 지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랑의 길만을 가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을 만나고, 주님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