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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4-19 조회수 : 2444
복음 요한 6,22-29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뒤, 제자들은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았다. 22 이튿날, 호수 건너편에 남아 있던 군중은, 그곳에 배가 한 척밖에 없었는데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그 배를 타고 가지 않으시고 제자들만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3 그런데 티베리아스에서 배 몇 척이, 주님께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 빵을 나누어 먹이신 곳에 가까이 와 닿았다.
24 군중은 거기에 예수님도 계시지 않고 제자들도 없는 것을 알고서, 그 배들에 나누어 타고 예수님을 찾아 카파르나움으로 갔다. 25 그들은 호수 건너편에서 예수님을 찾아내고, “라삐, 언제 이곳에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2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27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의 아들을 인정하셨기 때문이다.”
28 그들이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29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타조를 아십니까?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고, 동물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타조 농장도 인기라고 하더군요. 타조는 조류이지만 키가 2.4m나 되고, 무게도 155kg 정도 됩니다. 날개는 퇴화하여서 날 수 없지만 달리는 속도가 빨라 시속 90km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말의 속도가 60~70km/h이기 때문에, 말보다도 빠른 속도입니다. 여기에 발길질은 얼마나 쎈지 발길질 한 번에 커다란 동물을 단숨에 죽일 수도 있습니다.

빠르고 엄청난 발길질이 있는 타조입니다. 그런데 겁이 많아서 맹수에게 쫓기면 같은 곳만을 뱅뱅 돌다가 모래나 바위틈에 고래를 처박습니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타조 같은 모습을 취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심리학 용어 중에 ‘타조 콤플렉스’가 있더군요. “나는 못 해. 나 같은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라고 하면서 외부세계를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자기주장을 못 해서 타조처럼 같은 곳만 맴돌며 그러다가 고개를 처박으며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도 최악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나만의 장점이 있으며, 할 수 있는 것도 너무 많습니다. 타조처럼 살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주님 뜻에 맞게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펼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빵의 기적을 본 뒤에 예수님을 쫓아 옵니다. 왜 쫓아 왔을까요? 그들은 예수님이 누구신가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무엇인가를 얻을 생각만 가지고 주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들의 마음은 육체의 양식에만 쏠려 있었습니다. 자신은 능력과 힘이 없으니, 주님께서 알아서 해줘야 한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신 것은 그들이 덧없는 양식이 아니라 영원한 양식을 추구하게 하려는 뜻이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는 주님을 기억하면서 주님의 뜻에 맞게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펼치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묻습니다. 이에 대해 주님께서는 명확하게 알려주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주님을 믿는 사람은 주님과 늘 함께하기에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도 갖게 됩니다. 큰 힘을 가지고 계신 주님이 내 편인데 무엇이 두렵고 무엇을 할 수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께 대한 믿음은 곧 하느님의 일이라고 하십니다. 그만큼 믿음이 중요합니다.


잊어버리는 은총

도심지에서와 달리 갑곶성지에서는 아주 다양한 동물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고라니, 어렸을 때 만화로만 봤던 딱따구리, 며칠 전에는 너구리를 만나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밖에도 참 많은 동물을 보게 됩니다.

작년 가을, 아침에 성지 마당을 산책하는데 청설모를 만났습니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를 옮겨가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청설모를 보며 언젠가 책에서 봤던 글의 내용이 하나 생각났습니다. 바로 청설모와 다람쥐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청설모와 다람쥐가 가장 좋아하는 식량은 도토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청설모와 다람쥐는 겨울철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땅속 곳곳에 맛있는 도토리를 숨겨 둔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청설모와 다람쥐의 머리가 너무 안 좋아서 숨겨 둔 도토리를 찾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 양이 자그마치 숨겨 둔 도토리의 95%라고 하네요.

이렇게 못 찾은 도토리는 어떻게 될까요? 땅속에서 싹을 틔워 나무가 됩니다. 청설모와 다람쥐의 나쁜 기억력이 나무를 자라게 해서 숲을 이루게 합니다.

기억하지 못함도 이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우선 주변 사람이 힘들어집니다. 적당히 잊을 수 있는 것, 이것도 은총이 아닐까요?


(조명연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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