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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5-01 조회수 : 2799

그 어떤 일에 종사하든 자신의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밤이 되면 하늘과 바다 위로 별이 총총한 첩첩산중, 세상 조용한 적막강산으로 들어온지 꽤 날수가 흘렀습니다.
시골이다보니 널린게 일거리들입니다.
일어나면 일거리, 돌아서면 일거리, 하루 온종일 육체 노동에 전념하다보니 좋은 점이 참 많습니다.
 
일에 깊이 몰입할 때, 거기서 오는 보람이랄까, 기쁨이랄까, 더 나아가서 황홀함까지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일이 어떤 일이냐?’ 인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가치와 의미 부여 작업인 듯 합니다.
 
오늘은 근로자의 날인 동시에 노동자 성 요셉 축일입니다.
짧게나마 산업의 역군으로 일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땀흘려 일하고 난 후의 뿌듯한 성취감이 참 좋았습니다.
동고동락하던 직장 동료들과의 끈끈한 정도 잊지 못합니다.
부족한 내 두 손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뭔가 작게나마 기여했다는 데서 오는 기쁨도 컸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지나치게 빡빡했던 근무 시간, 강도 높은 근무 조건으로 힘겨워하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상습 피로, 수면부족으로 졸린 눈을 비비며 힘겹게 출근하던 기억들도 떠오릅니다.
마치 큰 시스템 속의 부속품이 된 느낌도 잊지 못합니다.
좀 더 충실하고 모범적인 직원으로 살지 못한 송구함도 큽니다.
 
이땅의 많은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기쁨의 시간이 되길 기도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노사(勞使) 양측의 부단한 대화와 경청, 상호 이해와 배려를 위한 무한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많은 근로자들,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요셉 성인도 하루하루 성실하고 근면한 노동으로
성가정의 생계를 책임지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했습니다. 자신에게 매일 주어지는 일들을 진지하고도 과묵하게 해나갔습니다.
 
특히 요셉 성인은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목재를 손질하면서도 자신의 인생 여정, 신앙여정 속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뜻을 지속적으로 찾아나갔습니다.
결국 그는 일하면서 기도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일을 기도화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 노동, 근로라는 것이 보통 중요한 것이 아니더군요. 눈만 뜨면 매일, 그리고 평생토록 되풀이해야 하는 일, 그 일이 정말 가치 있고 동시에 재미있으며, 더불어 동료 인간과 세상에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일이라면, 또한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보람되고 기쁘겠습니까?
 
인간은 그런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합니다.
일을 통해 한 존재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낍니다.
일로 인해 한 존재가 활짝 꽃피어나며 충만한 인생을 엮어갑니다.
 
의아해 하실지 모르겠지만 노동에도 영성이 있습니다. ‘노동의 영성’입니다.
이제는 귀천하신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사용하신 용어입니다.
 
‘노동의 영성’, 그 핵심은 아주 쉽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노동을 통해 창조주시며 구세주이신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일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열심히 노동하셨던 한 인간이셨습니다.
예수님은 출가하시기 전까지 양부 요셉을 따라 장인(匠人)으로서 매일 이마에 비지땀을 흘리며 사셨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일을 통하여 세상을 변화시켜나갈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완성시켜나갑니다.
뿐만 아니라 하느님 창조사업을 계승합니다.
따라서 오늘 노동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 하나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가치 부여입니다.
그 어떤 일에 종사하든 자신의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자긍심을 지녀야 합니다.
 
오늘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을 맞아 세상의 모든 노동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하루 노동자 성 요셉의 전구에 힘입어 은총 충만한 하루, 새로운 에너지를 충만히 부여받는 행복한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하시는 모든 일들, 세상을 위해, 언젠가 도래할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확신하십시오.
어려운 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매일 되풀이하는 이 일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내가 성화되며, 내가 하느님 창조사업에 참여한다는 의식을 지니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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