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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5-17 조회수 : 2823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대표 교향곡을 물으면 대부분 ‘운명 교향곡’을 이야기합니다. 그의 교향곡 제5번으로, 저 역시 무척 좋아하는 곡입니다. 그런데 이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큰 시련을 겪고 있었습니다.


삼십 대 중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음악가에게 귀는 생명과도 같지 않았을까요? 따라서 그의 생활은 경제적으로도 아주 힘들어졌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에서 허름한 아파트에 살았는데,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계속 밀리는 월세에 집주인이 집을 찾아와 문을 두르면서 월세 낼 것을 독촉했지요.


그날도 집주인이 와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똑똑똑똑....”


집주인도 베토벤의 귀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얼마나 크게 문을 두드렸겠습니까? 이 리듬에서 베토벤은 특별한 영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바로 운명 교향곡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빠바바밤~ 빠바바밤~”입니다. 그에게 이 소리는 어떻게 들렸을까요? “월세내라~ 빨리내라~”로 들리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그는 이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시련에 그리고 아픔에 좌절만 하기에는 나 자신의 삶이 아깝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더 주님과 함께하면서 그 안에서 길을 찾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필요한 길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다시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이로써 유일하게 죽음을 이기신 분, 가장 힘센 분임을 세상에 보여주셨습니다. 이렇게 힘 있는 분이 우리 편이 되어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우리 편이 되어 우리의 마음 안에 평화를 간직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하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이렇게 세상을 이기신 분이 우리 편이십니다. 그렇다면 과연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일까요? 우리의 좌절과 절망도 주님 앞에서는 별것 아닌 것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다른 방향으로 마음을 바꿔서 주님께서 나를 인도해 주시는 길로 힘차게 걸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 우리 역시 주님과 함께 세상을 이길 수 있게 됩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기


나태주 시인의 시 중에서 아주 유명한 시가 있지요. 바로 ‘풀꽃 1’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가 비록 짧아도 워낙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이를 인용하는 사람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풀꽃 1(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너도 그렇다’는 싯구 뒤에 하나의 문장을 더 넣어보면 어떨까요?


“나도 그렇다.”라고 말입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쁘다고 하지 않고 사랑스러워하지도 않습니다. 늘 부족해 보이기만 합니다.


이제 나도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어떨까요?


(조명연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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