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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3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6-13 조회수 : 2316

저절로 열매 맺는 하느님 나라 


[말씀]

■ 제1독서(에제 17,22-24)

바빌론 유배시대 동안 대부분의 유배민들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실의와 좌절 속에 허덕이나, 몇몇 신심 깊은 신앙인들, 그 가운데서도 예루살렘 성전의 사제였다가 유배지에서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은 에제키엘은 잃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설파한다. 보이는 것들은 잠시 꺾여 있는 현상일 뿐 거기서 새순이 돋아날 것이며, 이 순은 “온갖 새들이 그 아래 깃들이고, 온갖 날짐승이 그 가지 그늘에 깃들일”만큼 큰 나무로 성장할 것이다.

■ 제2독서(2코린 5,6-10)

오늘 독서의 내용에 앞서서 사도 바오로는 독자들에게 선교여행 중 체험했던 어려운 상황들, 죽음까지 각오해야 했던 상황들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사도는 이러한 상황들 속에서 진정한 삶이 샘솟는다는 확신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렇다고 해서 바오로가 이 세상에서의 삶이나 그 안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과 사랑의 관계는 이미 이 세상에서부터 펼쳐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세상은 영원한 세상을 향한 소중한 과정인 것이다.

■ 복음(마르 4,26-34)

거대한 제국, 로마제국이 가하는 혹독한 박해로 말미암아 중심을 잃어가던 로마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복음저자 마르코는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비유 하나를 전함으로써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준다. 하느님의 말씀은 보이지 않게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어떠한 인간적인 힘도 그 말씀의 완성을 가로막을 수 없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비록 지금 그 말씀은 아무것도 아닌, 보잘것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힘은 엄청날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새김]

■ 바빌론 유배는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행한 모든 죄에 대한 응당한 대가였다 하더라도, 이스라엘 백성이 이방인의 땅에서 겪었던 유배생활은 그들이 꿈꾸어 왔던 ‘하느님 나라’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예언자 에제키엘의 도움으로 유배의 땅에서 이 응벌의 시기를 잘 극복하며 본국 귀환의 꿈을 키워나간다. 고통스러운 시기였지만 결과적으로 하느님 나라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준비할 수 있었던 은혜로운 시기였다. 사도 바오로가 선교 여행 중 겪었던 고통의 시간들 역시 그가 하느님의 충실한 종으로서 살아나가는 데에 매우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 하느님 나라는 이처럼 때로는 전혀 상반되는 현실을 통하여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완성되어 나간다. 그러기에 이 나라를 갈망하는 사람들 역시 눈에 보이는 현실을 넘어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하느님 나라를 내다보고 그에 대한 희망을 한시도 놓아서는 안 된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 인간이나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가 아니라, 천주 성자께서 직접 건설하시는 나라이기에 그 완성에 대한 희망은 흔들림이 있을 수 없다. 이 나라가 하루빨리 완성될 수 있도록 꾸준히 기도하며 사랑 실천에 최선을 다하기로 하자.


교우 여러분, 하느님 나라는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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