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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6-17 조회수 : 2387
세계 역사 안에서 전쟁 패배의 상처는 매우 컸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일도 있지만, 책임자들이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패배로 인한 막대한 전쟁 배상금으로 그 나라가 다시 일어나기 힘들게 만듭니다. 그러나 세계 역사를 보면 전쟁에서 졌지만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았던 전쟁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남북전쟁입니다.

60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4년간 전개된 남북전쟁은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북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전쟁 패배의 대가는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당시 북군의 총사령관은 ‘무자비한 학살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율리시스 심프슨 그랜트’ 장군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비 없는 처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랜트 장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쟁은 끝났소. 반란군이 다시 우리 국민으로 돌아왔소.”

이 말을 하고는, 남군 장병을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주면서 식량도 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남북의 분열을 막고 하나의 국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초강대국 미국의 기틀을 다지는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처벌과 배상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이들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은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화해와 용서가 더 큰 가치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십니다. 빈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제대로 기도하라며 가르쳐주신 기도입니다. 그런데 이 기도의 한 가운데를 지나가는 의미심장한 말씀이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할 때마다 되새기게 되는 말씀입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제 잘못을 용서해주세요.”라고 기도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하느님의 용서를 받으려면 먼저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맞습니다. 잘못한 이를 용서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습은 어떠했습니까? 자신은 나의 이웃을 향해 용서의 손길을 전혀 내밀지 않으면서도, 하느님께는 용서해달라고 간청하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이 모습이 바로 주님께서 말씀하신 빈말을 되풀이하는 기도였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신 후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주님의 기도를 천천히 바치면서, 주님의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용서해야 함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 용서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앞서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우리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 주님 안에서 큰 가치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공생관계.

공생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종류가 다른 생물이 같은 곳에 살며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적 특성을 말합니다.

집게와 말미잘, 악어와 악어새, 충매화와 곤충, 개미와 진딧물, 코뿔소와 할미새 등이 있습니다. 이 공생관계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꼭 1:1의 이익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불합리한 공생관계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불합리한 관계를 맺지 않겠다며 서로 이별을 하게 되면 둘 다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우리 인간 역시 관계를 맺으며 삽니다. 그런데 늘 내가 손해 보는 것만 같지 않습니까? 아주 적은 것을 받아도 충분합니다. 관계 맺음 자체로 이 세상을 잘 살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는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이로 인해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로버트 월딩어는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좋은 관계’를 자신의 75년 연구를 마치며 말했습니다.

행복의 99%는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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