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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6-20 조회수 : 1755

2003년 봄,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KBS 라디오의 방송작가가 건 전화였습니다. 라디오 프로에 나와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을 잘하지 못하고, 혹시라도 교회에 누가 되는 말을 실수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주님을 알리는 선교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허락했습니다. 

방송 녹음을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오후 2시에 라디오 홀에서 녹음하기로 했는데, 아침부터 생각만 하면 긴장되었습니다. 미리 방송국에 가서 대기하는데도 이 긴장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에 담당 피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신부님은 믿음이 있으니까 처음으로 하는 방송이어도 떨지 않으시겠어요.”

아침부터 긴장하고 초조해하며 떨었는데…. 피디의 말을 들으면서 제가 왜 이렇게 긴장하고 초조해하고 떨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주님께 온전히 저를 맡기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믿는다고 하면서도 함께하지 않으니 떨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그렇게 긴장하며 떨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뒤, 긴장하게 될 때 주님께 대한 믿음을 되새겨 봅니다. 주님만 믿는다면 긴장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과거 순교자들이 죽음 앞에서 그토록 의연했나 봅니다. 

예수님께서 배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십니다. 지친 이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시는 분께서 오히려 지치셨습니다. 그만큼 전교여행의 어려움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시지만 동시에 인간이기에 지치시기도 한 것입니다. 이렇게 지쳐 주무시고 계시는데, 거센 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지요. 이때 제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바로 스승인 예수님을 깨웁니다. 

그토록 예수님과 함께하면서 놀라운 표징을 봐왔지만, 그들은 여전히 겁을 내며 믿음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제자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일 것입니다. 주님을 믿고 따른다고 하면서도, 자그마한 일에도 두려움을 갖고 얼마나 힘들어했습니까?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부족함과 나약함으로 믿음 없는 모습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자들의 방법을 우리도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 안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그리스도를 흔들어 깨워야 합니다. 주님을 부르면서 간절하게 매달려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놀라운 힘으로 우리의 모든 어려움을 말끔히 지워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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