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4일 [연중 제33주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제1독서 : 다니엘 12,1-3
제2독서 : 히브리서 10,11-14.18
복 음 : 마르코 13,24-32
하루 하루를 꽃밭으로
「인생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ㆍ데이비드 케슬러 공저, 도서출판 이레)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엘리자베스와 그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죽음 직전의 사람들 수백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남긴 유언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살아있음을 가장 큰 축복으로 여겨라,
하루하루를 꽃밭으로 장식하라, 매일 매일을 충만한 기쁨으로 엮어가라'였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삶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 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천국을 향한 순례자들이며, 잠시 지나가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끽하기 위해 여기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우리의 눈이 찬란하지 않다면, 어떻게 이 아름다운 세상을 반영할 수 있겠냐면서 이렇게 외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십시오."
"삶에서 가장 큰 상실은 죽음이 아닙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십시오."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바라보던 엘리자베스는 이렇게 말했을까요.
"나는 은하수로 춤추러 갈 거예요. 그곳에서 노래하며 춤추며 놀거예요."
2004년 8월, 78살 나이로 별세한 저자 엘리자베스의 장례식 때 일입니다.
두 자녀가 그의 관 앞에서 작은 상자를 열었습니다.
상자 안에서는 한 마리의 호랑나비가 날아올랐습니다.
동시에 조문객들이 미리 받은 종이봉투에서도 수많은 나비들이 일제히 날개를 펄럭이며 파란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위령성월에 걸맞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종말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그 날과 그 시간'에 펼쳐질 광경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시는 한편, 그 날과 그 시간은 언제 올지 모르니 항상 깨어 준비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우리의 마지막 날, 우리의 죽음이 어쩌면 한 개인의 종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을 잘 준비한 우리에게 있어 임종의 순간은 두려움의 순간이 아니라 축복의 순간이 될 것입니다.
그 순간 우리 영혼은 갓 허물을 벗은 한마리 어여쁜 나비가 되어 자비로운 하느님 품으로 훨훨 날아오르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죽음은 다름 아닌 영원한 아버지의 집으로 건너가는 생명의 다리입니다.
그 순간은 우리의 인간적 나약함과 그로 인해 빚어졌던 그 숱한 과오들, 그 많은 죄악들이 주님 사랑 안에 말끔히 씻어지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더 이상 방황도, 더 이상 고통도, 더 이상 눈물도 없게 되는 그 순간, 갖은 속박에서 훌훌 털고 일어선 우리는
꿈에 그리던 대 자유를 얻어 영원한 아버지 나라로 훨훨 날아가게 될 것입니다.
요즘 며느님들이 시어머님들께 주로 많이 한다는 거짓말 '베스트 5'가 있더군요.
5위: "저도 어머님 같은 시어머니가 될래요."
4위: "전화 드렸는데 안 계시더라구요."
3위: "어머님이 한 음식이 제일 맛있어요."
2위: "용돈 적게 드려 항상 죄송해요."
1위: "어머님, 벌써 가시게요? 한 며칠 더 계시다 가세요."
반면에 시어머님들은 이런 거짓말을 많이 하신답니다.
"내가 얼른 죽어야지!"
말은 그렇게들 하시지만 정말 두려운 것이 죽음입니다. 일생일대의 가장 큰 과제가 죽음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녕 견디기 힘든 고통이기에, 또한 가장 큰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기에 사람들은 기를 쓰고 죽음을 피해 다닙니다.
그러나 죽음처럼 공평한 것이 또 없습니다.
그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부자건 거지건, 최고 권력자건 서민이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찾아옵니다.
피하고 싶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손님이 죽음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는 착각 속에 살아갑니다.
매일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잘 있어라'는 말 한마디도 남기지 못한 채 순식간에 이 세상을 떠나가지만, 그 죽음이 적어도 내게는 아직 멀었으려니, 내게는 해당되지 않으려니,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때로 죽음이 내가 매일 출입하는 문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음에도, 전혀 생각하지도, 준비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우리를 향해 예수님께서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가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 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