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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4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1-14 조회수 : 1291

연중 제33주일

그 날과 그 시간


[말씀]

■ 제1독서(다니 12,1-3)

기원전 2세기 유다교가 알렉산더 대제의 후계자들에 의해 단행된 무시무시한 종교박해에 직면해 있을 때, 다니엘서 저자는 의욕을 상실한 동족들이 신앙적 열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글을 통해 그 길을 밝혀준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현자로 추앙되어 온 다니엘의 입을 빌려 박해는 곧 끝날 것이며, 미카엘 대천사가 이끄는 천상군대들이 최후 승리를 거두리라 예고한다. 이 최후 승리의 때에 결국 선한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이 갈리고 말 것이다.

■ 제2독서(히브 10,11-14.18)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전 구약의 사람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받기에 부족함을 절감하고서, 심적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 희생제물을 매일 되풀이해서 바치곤 했다. 그러나 인류와 세상 구원을 위해 당신이 몸소 희생제물이 되신 그리스도는 단 한 번의 제사로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셨으며, 이는 “영구히 완전하게 해 주는” 제사로 머문다. 이제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으셔서 인류와 세상이 당신 제사의 힘으로 죄의 굴레를 벗어나 구원에 이르기를 기다리시며 기도하신다.

■ 복음(마르 13,24-32)

창조의 궁극적 목적은 모든 의인이 하느님 나라, 사랑의 왕국에 모여 함께 영원한 기쁨을 누리며 사는 데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리스도는 유다교 고유 문학에 속하는 묵시문학적 표현들을 빌려 말씀하신다. 그분은 종말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예고하면서도, 그 날과 그 시간을 알고자 하는 제자들의 원의에 답하기를 거부하신다. “아버지만 아시기에” 알 수도 없으며, 알 수 있다 하더라도 신앙생활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나 현실을 직시하며 깨어 준비하고 있기를 독려하실 뿐이다.

      

[새김]

■ 이스라엘의 문학 역사에서 구약 말기에 태동한 또 다른 문학 유형은 묵시문학이다. 예언문학이 자취를 감추면서 미래에 대해 무엇인가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 응답하기 위한 문학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이 문학은 예언문학과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문학,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법으로 가르침을 주는 문학일 뿐이다. 그러기에 그야말로 미래의 일들에 대해서만 큰 관심을 보였던 상당수의 묵시문학적 작품들이 성경 목록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내일, 한 달 후, 아니 우선은 조금 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를 알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미래는 보장받을 수 있을텐데... 그러나 살아가면서 바라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를 얼마나 자주 체험했던가! 모른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던가! 하느님의 의지가 세상과 인간의 구원에 있고, 또 이를 위해 당신 독생성자를 십자가상 제물로 원하셨다면, 구원은 희망적이다. 앞날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매사에 충실한 신앙의 자세가 필요할 뿐이다. 


교우 여러분, 다가오는 종말은 두려움이 아니라 구원의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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