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커다란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시간이 약이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위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솔직히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 지지도 또 문제의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위로를 건네는 사람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대답만 하고 속으로는 ‘그런 말은 전혀 위로가 안 됩니다.’라고 속삭이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정말로 시간이 약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슬픔이 무뎌지고 힘차게 새로운 일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시간이 약일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단단해진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 단단해진 상태의 나로 문제를 바라보고 처리하니 슬픔을 너머 새로운 일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고통과 시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잊으려고 할수록 더 기억나게 됩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더 기억하면서 단단한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고통과 시련으로 더 단단해지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성공을 이룬 사람에게 고통과 시련이 전혀 없었을까요? 수많은 아픔을 기억하면서 단단해졌기에 성공도 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픔을 동반하는 순간, 나의 단단해짐을 떠올려 보십시오. 또 하나의 희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도 우리가 단단해지길 원하십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보면 제자들에게 예루살렘 성전을 구경시켜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자들 출신이 갈릴래아라는 시골 출신이었기에, 그 성전의 위상에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 서울에 가서 높은 건물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이 다르긴 다르구나.’라면서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자들도 그러했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 이 성전이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더군다나 하느님이 거처하시는 곳으로 알고 있었던 성전이 무너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말씀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아름답고 웅장한 성전 역시 영원한 것이 아님을 말씀하십니다.
영원한 것은 주님뿐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것에만 연연하면 할수록 고통과 시련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영원하신 주님과 함께 하는 사람은 고통과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으로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단단합니까?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주님 안에서 충분히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주시는 삶 안에서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희망을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