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의 사제생활을 돌아보면 정말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본당신부로 있을 때 신자도 많이 늘었고, 다른 신부가 부러워할 정도로 청년이나 초중고 학생들 숫자도 참 많았습니다. 신자들도 정말로 열심히 해서 성당 안이 늘 북적거렸습니다.
얼마 전, 본당신부로 있을 때의 사목회장님과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식사하면서,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본당신부로 있을 때, 회장님을 비롯한 많은 신자분이 열심히 하셔서 신나게 살았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회장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십니다.
“신부님이 열심히 노력하셨으니 그렇지요.”
첫 본당신부였기에 열심히 살려고 나름 노력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부족한 노력에 비해 얻은 것이 너무 크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좀 더 생각해보니, 저의 운 좋음은 노력이 있었을 때인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는 원하는 운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또 저절로 되기를 바랐지만, 저절로 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자기 자신을 떠올려 보십시오. 운은 노력과 비례해서 나아갑니다. 그런데 노력 없이 운만 좋기를 바라는 우리는 아니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종말의 때에 무서운 자연재해가 있으리라고 예고하시는 장면을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봅니다. 이 예언의 말씀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세상은 끝이구나.’라며 자포자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종말로 모든 것이 끝이었습니까? 예수님은 종말의 때를 예고하신 뒤에 이런 말씀도 분명히 우리에게 전해주십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루카 21,28)
모든 것이 끝장난 것 같지만, 오히려 구원의 시간이며 하느님과 함께하는 은총의 시간임을 말씀해주십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종말의 때가 아니더라도 오늘날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커다란 재해, 즉 지진, 홍수, 화재 등의 재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해야 할까요? ‘언젠가는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하는 종말이 오겠지?’라며 포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장차 다가올 그 종말의 때를 의연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자신에게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과 은총의 삶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진정으로 ‘운 좋은’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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