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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2-05 조회수 : 1249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기에 결혼한 조카도 많고 또 자녀를 낳아 저로서는 이른 나이에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조카들이 모두 열심히 살고 있기에 다들 자기 자리에서 나름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카 중 한 명이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법정 분쟁까지 가게 되어 큰 손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무척 속상했습니다. 조카에게 큰 손해를 안겨 준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괜히 미워졌습니다. 무엇보다 사제인 제가 조카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이 없다는 사실이 더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기도 중에 이런 생각이 떠올려졌습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을 제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조카의 일은 제가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기도이기에 열심히 기도로만 함께하는 것입니다. 걱정은 되지만, 굳이 걱정에 휘말려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 세속적으로는 솔로몬 왕 이후로 한 번도 두각을 드러낸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로마의 황제 티베리우스가 세계를 통치하고 있었고, 유다 땅은 로마인의 총독 본시오 빌라도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본시오 빌라도 밑에서 로마에 아부하는 헤로데 일가의 3형제가 유다 땅을 나누어 영주로 있었습니다. 또한 종교적 지도자 구실을 하던 이스라엘의 대제관직도 카야파의 손에 들어가 하느님의 백성은 세속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죄를 뉘우치고 세례를 받으라는 구원의 소리가 광야에서 들려왔습니다. 세례자 요한입니다. 그는 구약시대의 마지막 예언자로서 요르단강 주위의 지방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를 따르던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이스라엘의 정치적인 독립을 시도해 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사람들이 하늘 나라를 받아들일 준비를 시키는 것, 회개하고 죄의 용서를 받도록 이끄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이가 정치적인 한계에서 벗어나, 하늘 나라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더 큰 가치 안에서 참 행복의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을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또 반드시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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