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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2-17 조회수 : 912

신학생 때의 일 하나가 생각납니다. 매년 총고해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여러 신부님이 오셔서 신학생들의 고해를 들어주셨지요. 끝기도가 끝나고 성찰을 한 뒤에 저 역시 고해성사를 보기 위해 고해소로 향했습니다. 고해소마다 신학생들의 줄이 길게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고해소는 어떤 신학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잘 됐다.’라는 생각을 하며 이 고해소에 들어갔습니다. 
 
곧바로 왜 신학생들이 이 고해소에 들어오지 않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한참을 혼났습니다. 고해를 하자, 제대로 성찰하지 않았다면서 결국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신학생들은 이 신부님이 고해소에서 어떻게 성사 주시는지를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아무도 이 고해소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매우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미움의 감정이 잘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저 역시 신부가 되면서 오히려 이 신부님께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절대로 고해소에서 화를 내지 않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위로와 힘을 줄 수 있는지를 기도하면서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있는 갑곶성지에서는 미사 전에 1시간 동안 고해성사를 줍니다. 미워하고 원망했던 그 신부님이 오히려 저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준 것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라는 말로 시작하는 ‘족보’는 우리 방식으로 번역된 말이고, 본뜻은 출생 내력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의 출생 내력은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다윗의 자손이라는 명칭은 구세주 메시야의 대명사적 호칭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인류의 아버지라는 구약성경 사상이고 예수님은 인류를 대표하여 인류 전체의 운명을 한 몸에 책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족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첫째, 하느님의 약속은 견디기 어려운 기나긴 밤이 지나고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즉, 메시아가 왔다는 것입니다. 둘째, 예수님의 족보 속에는 이방인 또는 죄인으로 이름난 여인 넷이 끼어 있습니다(타마르, 라합, 룻, 우리야의 아내). 예수님께서는 완전무결한 혈통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죄와 이방인의 피를 받아 태어나셨습니다. 죄인을 구하러 오시기 위해 똑같이 태어나신 것입니다. 
 
부정적인 마음이 들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하느님의 뜻이 환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족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기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그 사랑을 우리 마음 안에 충분히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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