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체코 여행을 갔다가 독특한 성당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소위 해골 성당으로 불리는 곳으로 6만 구의 해골과 뼈로 성당 내부를 치장해 놓았습니다. 성당 안의 유골은 14세기 전후 흑사병의 창궐과 이어진 전쟁으로 인근에서 숨진 자의 것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골과 뼈로 성당 안을 치장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죽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있습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입니다. 죽음을 피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기억할 때 삶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고대에서부터 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연회에서도 식사 중에 미라가 된 시체를 수레에 실어 들어온다고 합니다. 먹고 마시고 즐기지만, 죽음은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세 때에도 이런 생각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묘지를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시켜서 죽음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죽음을 피할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죽음을 기억하며 하느님 나라를 소망하는 사람은 지금을 더 열심히 살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12월 31일. 2021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 살 더 먹는 것이 싫다고 피할 수가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2021년을 기억하면서, 2022년을 잘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말씀의 육화 사건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하셨던 말씀, 그런데 우리의 구원을 위해 이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는 것을 전해줍니다. 즉, 우리의 구원을 위해 당신의 모두를 내려놓고 우리와 함께하셨음을 전해줍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도 누군가를 돕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모든 것, 심지어 생명까지도 내어놓고 남을 돕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인간을 위해 당신 스스로 완전히 낮추어 나약하고 부족한 모습의 인간이 되시고, 자신의 생명 전체를 내어놓으셨습니다.
이 사랑을 통해 하느님을 우리 모두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이 사랑을 쫓아 나의 이웃들에게 온전히 하느님을 알 수 있도록 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사랑이 가득했던 2021년을 기억하면서, 2022년에는 우리 자신이 사랑을 이웃에게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해로 만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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