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길에 함께 하는 사람들>
올리브 산에서 바라보는 예루살렘의 전경은
참으로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이었던가!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쉼 없이 걸어왔던 힘겨운 길이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여
결코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걸어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맞아주고 있다
겉옷을 길에 펴놓고
환성을 지르며 나를 반기는 사람들
그러나 이 사람들은 나의 길을 모른다
자신의 기대와 감정에 이끌려 기뻐할 뿐
나의 길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최후의 만찬을 거행한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제자들
얼마나 사랑했던가
나의 모든 것을 내 주었다
아무런 대가없이
그러나
이들은 나를 버리고
살고자 자신의 길을 간다
배신의 입맞춤 하며
나를 팔아넘긴 가련한 제자 유다
초주검으로 피땀 흘리는 나와 함께
한시도 깨어 있지 못하고
피곤에 지쳐 쓰러진 제자들
힘없이 붙잡힌 나를 두고
세 번씩이나 모른다고 완강히 버티다
슬픔에 젖은 나의 믿음 가득한 눈빛 마주하고
가슴 찢으며 슬피 우는 베드로
더 많은 이들이
나의 마지막 길에 함께 한다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려고 달려드는 병사들
두 눈을 부릅뜨고
잡아먹을 듯이 외쳐대는
스스로 의로움에 사로잡힌
대사제들과 원로들
자신을 군중에 묻어버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지 않으며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쳐대는 사람들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진리와 거짓 사이에서 흔들거리며
지도자의 권위를 스스로 내팽개치고
제 책임 떠넘기는 추한 빌라도
소문과 흥미에 놀아나는
천박한 정치꾼 헤로데
가진 자들에게 삶을 저당 잡혀
채찍질하고 못 질하는
힘없고 불쌍한 하수인들
영문도 모른 체 끌려나와
십자가 여정의 귀한 벗이 되어준
고마운 키레네 사람 시몬
짓이겨진 나를 지켜보며
아무 것 할 수 없는 자괴감에
피눈물 흐느끼는 여인들
저주와 모독 가득한 절망으로
참회와 속죄에 담긴 희망으로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죄인들
처연한 평화 깃든
내 가쁜 생의 마지막 호흡에
함께 한 백인대장과 가슴을 치던 군중들
추악한 음모를 획책하는 의회 의원들 가운데
단 하나 의롭게 빛났던
내 주검을 곱게 감싸 따뜻하게 묻어준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
처참한 내 주검마저
곱게 보듬어 마음에 새기려는
갈릴래아에서부터 함께 했던
착하고 고운 여인들
나는 혼자이다
그러나 결코 혼자가 아니다
내 삶의 순간순간에 그러했듯
내 삶의 마지막 죽음의 길에도
무수히 많은 이들이 나와 함께 있다
어떤 이는 나를 따르기 위해
어떤 이는 나를 배척하기 위해
어떤 이는 나를 살리기 위해
어떤 이는 나를 죽이기 위해
이제 너를 내 길에 초대한다
과연 너는 왜 이 길에 함께 하려느냐
과연 너는 어떻게 이 길에 함께 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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