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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5-16 조회수 : 1633

사도행전 14,5-18    요한 14,21-26 
 
힘겹고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눈부신 미소를 잃지 않는 것, 참으로 멋진 기적입니다! 
 
 
활발했던 예수님의 공생활 기간, 그리고 수난과 죽음의 시기에 이어진 영광스런 부활과 승천의 시기가 지나가자 이윽고 사도들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사도들이 보여준 모습은 놀랍게도 활기차고 신명나던 공생활 기간 예수님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또 다른 예수님처럼 보였습니다. 말씀 한마디에 죽었던 사람이 일어났습니다.
백약이 무효이던 불치병 환자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리스트라에 도착해 설교를 시작했는데, 마침 거기에는 태어날 때부터 두 발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 한 명이 앉아 설교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를 유심히, 그리고 측은히 바라본 바오로 사도가 그에게 외쳤습니다. 
 
“두 발로 똑바로 일어서시오.”(사도행전 14장 10절)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평생토록 누워있거나 겨우겨우 일어나 앉아있던 그였는데, 순식간에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한 것입니다.
엄청난 광경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군중은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 사도를 신으로 생각했습니다.
바르나바를 제우스 신으로, 바오로를 헤르메스 신으로 여기고 두 사람 앞에 황소 몇 마리와 화환을 제물로 바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 사도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며 펄쩍 뛰었습니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입고 있던 옷까지 갈기갈기 찢었습니다.
그리고 군중 속으로 뛰어들며 외쳤습니다. 
 
“여러분, 왜 이런 짓을 하십니까?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다만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할 따름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헛된 것들을 버리고 하늘과 땅과 바다와 또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살아 계신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하려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14장 15절) 
 
보십시오. 바오로와 바르나바 두 사도에게는 우리와 차별화된 그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극한 겸손의 덕이었습니다. 자신들은 그저 종이요 도구일 뿐, 기적을 하시는 분은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겸손하고 명료한 신원 의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굳건히 현존하시고, 나와 함께 길을 걸으시며,
내 일거수일투족에 함께 하신다는 뚜렷한 주님 현존의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분이 내 안에서 활동하시고, 그분의 능력이 내 손을 통해 발휘되고 있음을 굳게 믿었습니다.
그 결과가 놀라운 치유 활동이요 기적이었던 것입니다. 
 
활발하고 역동적인 기적과 치유의 시대는 예수님 공생활 기간과 사도 시대로 이제 종료되었습니다.
따라서 괜히 어설프게, 어줍잖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환자들 앞에서 ‘예수님 이름으로 말하노니, 일어나시오!’ 라고 외치다가는 큰코다칠 우려가 다분합니다. 
 
이제 기적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 기적은 예수님이나 사도시대 기적과는 사뭇 그 유형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외적인 기적보다는 내적인 기적이라고 확신합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용서 안 되는 그를 기꺼이 용서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이뤄내야 할 기적입니다. 
 
이런저런 고통과 시련, 결핍과 한계로 인해 힘겹고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눈부신 미소를 잃지 않는 것, 참으로 멋진 기적입니다. 
 
나 자신과 이웃의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로 어처구니없고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너그럽고 관대한 마음으로 수용하는 것, 너무나 아름다운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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