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7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18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19 그러므로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신부가 되고서 얼마 안 되었을 때, 선배 신부님께서 저를 자기 본당에서 특강을 하라고 부르셨습니다.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부담되었고,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제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신자들 앞에서 특강을 합니까? 저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하세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다 너를 위한 거야.”
당시에는 만만한 후배라고 부려 먹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때의 초대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진짜로 저를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남을 가르침으로 인해 자기 공부가 됩니다. 저 역시 많은 강의를 통해 제 생각들을 정리하고 제 안에서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또 사람들 앞에서 벌벌 떨었던 울렁증 같은 증세도 말끔하게 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계속 똑같은 강의를 할 수 없으니, 쉬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만해서 부려 먹은 것이 아니라, 저를 성장시켜 주신 귀한 초대였던 것입니다.
그 순간에는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말로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당시 예수님의 모습은 율법을 폐지하러 온 것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안식일에 사람들을 치유해주셨고, 죄인이라고 손가락질받던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셨다고 하시지요. 율법에 참뜻을 부여하셔서 진정한 완성으로 이끄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율법은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 즉 세상이 끝날 때까지 예수님에게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은 율법은 그 모든 권위를 계속해서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완성하신 율법을 우리는 모두 따라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법입니다. 사랑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받은 율법은 주님의 권위를 받아서 세상에서 환하게 빛나게 됩니다. 이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요? 만약 율법을 완성하지 않았으면,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안식일만 강조할 것이고 겉으로 보여주는 예식만을 전부인 것처럼 생각했을 것입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새로운 모습으로 늘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