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주님 사랑의 탁월한 표징
[말씀]
■ 제1독서(창세 14,18-20)
살렘의 임금 멜키체덱이 바친 제물과 아브라함에게 건넨 축복 이야기는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왔다. 멜키체덱은 누구이며, 그가 바친 제사는 모세가 율법으로 명한 제사와 일치하는가? 그리스도교 전승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이야기 속에서 유다교의 제의(祭儀)보다 더 순수하고 의미가 깊은 인간과 하느님의 상호관계를 읽고자 했다. 다시 말해서, 미사성제는 구약의 사람들이 예감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완벽한 제사임을 고백하고자 했다.
■ 제2독서(1코린 11,23-26)
오늘 독서의 내용에 앞서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교회 신자들을 질책한 바 있다. 미사성제로 거행하던 식사가 형제적 일치가 아니라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사랑의 성사를 거스르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바오로는 따라서 미사성제에 관해 자신이 받아들인 전승을 상기시킨다. 이 성사를 통하여 주님은 당신 제자들을 위하여 몸소 보여주신 사랑을 드러내셨으며, 당신의 영광이 충만하게 빛날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예고하셨음을 다시금 강조한다.
■ 복음(루카 9,11ㄴ-17)
모든 복음저자가 공통으로 전하고 있는 빵의 기적 이야기는 그리스도의 공생활에서 핵심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숙식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던 광야에서 저녁때가 되자 사도들은 군중들을 인근 마을로 보내 잠자리와 먹을 것을 해결토록 하고자 하나, 그리스도는 당신 제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우선 나누도록 초대하신다.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분량이라 할지라도, 제자들은 나눔을 통하여 풍요로움을 맛보며 일치를 선사받는다.
[새김]
■ 건네진 몸과 흘린 피, 이 표현들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삶을 파멸시키는 극도의 비참함을 상기시킴과 아울러 마땅한 복수심을 연상시키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희생과 함께 더는 적대감이나 복수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위대한 표지들로 자리하며, 하느님은 이 사랑이 미사성제 때마다 되풀이 기념되고 마침내 온 세상에 두루 퍼져 모든 민족이 하나 되기를 염원하신다. 미사 참례는 따라서 하느님의 참사랑을 배우고 그 사랑 따라 살기를 다짐하는 신앙인들의 거룩한 의무이다.
■ 그리스도는 제자들과 함께 식사하시던 중에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식사는 나눔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예에 속하며, 함께 식사함으로써 가족간 또는 형제간의 유대관계가 돈독해진다. 아무리 바쁜 시대를 살아간다 하더라도, 식사만큼은 가급적 자주 가족 모두 함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그리스도는 음식으로 당신의 몸을 내어 나누게 하심으로써 나누는 모든 이가 하나 되게 하신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이번 한 주간, 분단의 아픔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북녘 형제들과의 나눔 또한 거룩한 의무로 자리한다.
교우 여러분, 성체성사는 사랑과 감사로 화답해야 하는 성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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