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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6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6-26 조회수 : 1400

연중 제13주일


부르심과 따름의 삶


 


[말씀]


■ 제1독서(1열왕 19,16ㄴ.19-21)


기원전 9세기경 하느님에 의해 불림을 받았던 예언자 엘리야는 하느님의 명으로 자신의 사명을 이어나갈 또 다른 예언자 엘리사를 부른다. “자기 겉옷을 걸쳐주는” 상징적 행위를 통한 이와 같은 소명 앞에서, 엘리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저함이 없이 스승 엘리야의 뒤를 따라나선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또 다른 부르심을 불러일으키며, 이 부르심 앞에서 모든 인간적인 조건은 침식된다.


■ 제2독서(갈라 5,1.13-18)


종교생활 가운데는 그 어떤 탈출 노력도 효험이 없어 보이는 극도의 불안 속으로 인간을 가두어놓는 형태들이 있다. 사도 바오로는 갈라티아 공동체를 대상으로 이와 같은 형태들을 힐난한 다음, 참된 자유를 향해 다가서도록 초대한다. 윤리적 해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인 참된 자유는 그야말로 인간적인 이기주의적 경향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며, 이웃을 위한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이 자유는 율법에 의한 구속의 결과가 아니라, 천주 성령께서 베푸시는 선물의 열매이다.


■ 복음(루카 9,51-62)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복음저자 루카는 그리스도에게 예루살렘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역설한다. 예루살렘은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으로부터 들어 올려지셔야 할 장소이기에 그분은 앞장서 당당히 다가서실 것이다. 주님은 당신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떠나기를, 죽음의 세상과 연을 끊어버리기를 요구하신다. 그러나 제자들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쟁기를 잡고 앞을 향하고는 있으나, 생각은 온통 세속 사정에 얽매여 있다. 주님의 보살핌 속에 더 많은 기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새김]


■ 해방, 이 용어는 인간으로 하여금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갖게 하는 마술적 개념이기는 하나, 진정한 해방은 내리 짓누르는 요소로부터 인간을 갑자기 풀어주는 것과 같은 순수 외적인 사건의 결과일 수는 없다. 내적 쇄신과 탈출을 끊임없이 거듭할 수 있을 때, 자기 자신을 가두어놓는 온갖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이 해방은 가능하다. 성령께서 가르쳐주시는 길을 제대로 내다보고 그 길을 향해 걸어나가는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 인간적인 조건으로부터의 근원적인 죽음을 각오하는 사람에게만이 진정한 해방이 가능할 것이다.


■ 그러나 길을 잡았다 해도 떠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일까? 이것저것 따져 보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계획을 세운 다음 길을 나선다 해도, 여정 중에 예기치 못한 일들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시시각각으로 펼쳐지는 새로움에 대처하려는 자세,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는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 수난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마음을 새롭게 할 성령의 능력이 펼쳐질 장소인 예루살렘을 향해 그리스도께서 앞장서 걸어가셨으니 우리 또한 미련 없이 그분의 뒤를 따르기로 하자. 쟁기를 잡고 뒤를 자꾸 돌아보는 일은 없도록 하자. 하느님 나라는 그만큼 멀어질 뿐이다.


 


교우 여러분, 쟁기를 잡았으니 앞을 향해 꾸준히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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