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일
참 평화
[말씀]
■ 제1독서(예레 38,4-6.8-10)
예레미야는 기나긴 예언활동을 통하여 동족들, 잔인한 방법으로 자신들만의 이기적 ‘평화’를 추구하던 동족들을 거슬러 질타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예언자이다. 예언자는 동족들에 의해 종종 패배주의자 또는 적대국의 첩자로 고발되어 모진 박해는 물론, 웅덩이에 감금되는 죽음의 고비도 감수해야 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예레미야는, 당신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구원의 길로 인도하고자 했던 바로 그 동족들에 의해 버림받은, 예수 그리스도를 미리 보여준 구약의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하나로 길이 남는다.
■ 제2독서(히브 12,1-4)
어렴풋이 엿볼 수밖에 없었던 미래를 향해 열심히 걸어온 구약의 위대한 신앙의 선조들을 상기시킨 다음, 히브리서 저자는 이 세상의 대립을 극복하심으로써 그리스도께서 완성하신 선조들의 영적 여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초대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은 죄와 맞서 싸우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와 제자들의 모범을 따라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는 굳건한 신앙심을 간직해야 한다.
■ 복음(루카 12,49-53)
그리스도의 설교와 행동은, 그분이 논쟁 또는 비난의 대상으로 삼으신 사람들에게 더 과격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도록 자극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죽음,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이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분명하게 의식하고 계신 그리스도는 이제 당신의 뒤를 이어 제자들이 감수해야 할 온갖 반대와 박해에 대하여 단호한 어조로 경고의 말씀을 내리신다.
[새김]
■ 신구약성경을 막론하고 성경의 사람들을 보면, 누구 하나 고통과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제1독서의 예레미야를 비롯한 참된 예언자들, 제2독서가 상기시키고 있는 ‘구름처럼 많은 증인’, 이들 모두는 반대의 표적이 되어 갖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사람들, 그리스도처럼 극심한 증오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고통의 가시밭길 위에서도 흔들림 없이 주어진 사명을 향하여 달려 나갈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궁극적 의지가 인간과 세상의 참 평화 곧 구원에 있음을 철저하게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십자가 없이 부활이 불가능하듯이, 고통을 마다하고 참 평화가 가능하기나 하겠는가!
■ 오늘 복음 속의 주님 말씀,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어 왔다.” 하는 말씀은 상당히 충격적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평화는 이기적이며 세속적인 평화, 분열을 조장하기만 할 뿐이기에 불태워 없어져야 할 평화를 가리킴이 분명하다. 소수의 사람만을 위한 평화, 다수의 사람에게는 위화감만 불러일으킬 평화 말이다. 참 평화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동적인 희생과 봉사를 전제로 한다.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제자들이 고난의 길을 걸어갔듯이, 우리 또한 십자가가 참 평화의 상징으로 머물 수 있도록 기도와 희생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우 여러분, 십자가는 사랑이며 참 평화의 영원한 상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