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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5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8-25 조회수 : 729

저에게 일하는 시간은 기도하는 시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부활의 로랑 형제의 생각과 단상, 편지들을 모은 ‘하느님의 현존 연습’(콩라 드 메스테르 엮음, 가톨릭출판사)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때로 부실하고 때로 밋밋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제게 매순간 하느님을 의식하고 그분 현존 속에
충만히 살아가라는 로랑 수사님의 권고 말씀은 큰 자극이요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부활의 로랑 형제의 호적상 이름은 니콜라 에르망입니다. 1614년 프랑스 로렌 지방의 뤼네빌 근처 작은 마을 에리메닐에서 태어났습니다.
안팎으로 어수선한 시기 그는 군인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독일군에 체포되기도 하고, 스파이로 의심받아 처형될 위기에 빠지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26살 되던 1640년 파리에 있는 맨발의 가르멜회에 입회하여 ‘부활의 로랑’이라는 수도명을 받습니다. 
 
평수사 지망자였던 그는 1642년 8월 14일 서원을 하고, 그후 15년동안 파리 공동체의 요리사로 일하게 됩니다.
그러나 군인 시절 전쟁터에서 얻은 다리의 상처가 깊어져 더 이상 요리를 할 수 없게 되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인 신발 수선의 임무가 그에게 맡겨졌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한쪽 다리가 마비된 상태에서 로랑 수사는 공동체 포도주 조달 담당자가 되어 왕복 8배킬로나 되는 거리를 왕래해야했습니다. 
 
평수사로서 해야만 했던 수많은 잡다한 일들을 기쁘게 해나가던 로랑 수사는 수많은 세상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기쁜 얼굴로,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게 됩니다. 
 
지금으로서는 웃기는 일이지만, 당시 평수사들은 잡다한 일들을 하느라 미사에도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주기적으로 주님의 기도를 바칠 정도였습니다.
각자 맡은 일 때문에 아침 저녁 기도나 공동 묵상에도 참여할 수 없을 때가 잦았습니다. 
 
그러나 로랑 수사는 언제 어디서든 깨어있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하느님의 현존 가운데 살았습니다.
끊임없이 모든 것을 통해 기도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의 삶 전체, 활동 전체, 하루 전체는 기도였습니다. 
 
로랑 수사의 깨어있었던 삶과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건네시는 말씀이 일맥상통합니다.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밤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깨어 있으면서 도둑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오 복음 24장 42~44절) 
 
 “저에게 일하는 시간은 기도하는 시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그릇을 씻으면서, 이것저것 부탁하는 동료 인간들 사이에서,
저는 마치 성체조배를 할 때처럼 깊은 고요 속에 하느님을 모십니다.” 
 
다음의 로랑 수사의 권고 말씀은 세상 안에 몸담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큰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거룩함에 도달하는 길은 일을 바꾸는 데 있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행하고 있는 평범한 일을 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데 있습니다.
하느님은 일의 위대함을 보지 않으시고, 그 일을 얼마나 깊은 사랑으로 하는가를 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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