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지휘자 토스카니니(1869∼1957)는 원래 첼로 연주자였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는 아주 심한 근시여서 잘 보지 못했다고 하지요. 관현악단의 일원을 연주해야 하는데, 눈앞에 있는 악보도 보이지 않았으니 어떻게 연주할 수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악보를 완전히 외워서 연주회에 가야만 했습니다. 이 상황이 즐거웠을까요? 자기의 엄청난 근시에 대해 답답해하고 어느 정도의 불평불만도 간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연주회 바로 직전에 지휘자가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한 것입니다. 지휘자가 없으니 연주회 자체가 무산될 위기였지요. 그런데 그 많은 오케스트라의 단원 중에 곡을 전부 암기하여 외우고 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토스카니니였습니다. 바로 임시 지휘자로 발탁되어 지휘대 위에 서게 되었고, 세계적인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불평불만의 일들은 늘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그러나 그 일만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 어렵고 힘들다면서 자기 신세 한탄만 해서도 안 됩니다. 또 자기가 가져야 할 것만을 떠올리며 욕심과 이기심을 채워서도 안 됩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에 충실해야 합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충실한 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준비가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주인이 부재중일 때, 그 집의 하인들이 늘 깨어 있으면서 주인이 돌아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하나의 내용과 주인이 돌아왔을 때, 떠날 때 맡긴 직무에 대하여 충실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일 처리를 했느냐에 대한 점검이 있을 것이라는 또 다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모두가 종말론적 비유를 말씀입니다.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구원과 연결되기에 종말의 순간은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주인이 늦어지는구나.’라는 잘못된 판단에서 불충실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주인이 늦게 올 것이라는 생각은 자기 판단일 뿐입니다. 이렇게 자기 생각만을 내세우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불충실한 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충실한 종이 과연 종말의 순간을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인이 원하는 모습을 지금 당장 실천하면서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과연 충실한 종일까요? 불충실한 종일까요? 종말의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는 충실하고 성실한 종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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