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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9-03 조회수 : 479

몇 년 동안 사람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바로 마스크 때문입니다. 얼굴의 거의 절반을 가리다 보니 누구인지 알아보지를 못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읍내에 있는 빵집에 갔다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식빵을 사기 위해 이 집을 가끔 들리는데 사장님께서 “신부님이시죠?”라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사제임을 쉽게 알 수 있는 로만칼라를 하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반바지에 흰색 면티를 입고 있어서 겉모습만 보면 그냥 동네 아저씨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신부인지를 아셨는지, 혹시 성당에 다니시냐고 여쭈었습니다.

신자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지난번에 한번 로만칼라를 하고서 빵집에 왔던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스크도 쓰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신부님 눈이 많이 처져 있어서 기억났습니다.”라는 것입니다.

눈 하나만으로 저를 기억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사람을 잘 기억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특징적인 것을 잘 관찰하고 기억한다고 합니다. 이 사장님께서 그런 분이었던 것입니다. 주님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을까요? 주님의 전부를 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큰 특징인 사랑으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이가 사랑이 아닌 다른 것을 보고 주님을 알려고 합니다.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바리사이와 율법을 지키는 일에 관한 충돌이 일어납니다. 율법을 지키는 것이 율법 자체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때를 가리어 지켜야 한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즉, 율법 자체가 절대적이 아니라,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관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밀밭 사이를 지나가다가 제자들이 밀이삭을 잘라 손을 비벼 먹은 것이 문제가 됩니다.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밀 두 이삭 이상을 따면 그것은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추수 행위로 간주했습니다. 또 손으로 이삭을 비비는 것은 곡식을 타작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하긴 안식일에 떨어진 과일을 먹어서는 안 되었고, 과일이 떨어질 수 있으니 안식일에 나무에 올라가서도 안 되었습니다. 안식일에 난 계란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으니, 제자들의 행동에 대한 고발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잊어버린 것이 있었습니다. 율법은 하느님의 법으로 사람을 잘 살게 하려는 것이지, 사람을 율법으로 얽어매서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주님을 알려면, 주님의 사랑만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을 보고서 주님을 알려고 한다면 잘못된 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예수님을 반대했던 종교 지도자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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