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하느님이시여, 만사에 있어 당신께 영광이 있어지이다!
오늘은 교회 역사 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탁월한 명강론가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님(349~407)의 축일입니다.
그는 초기 그리스도교 정통 교부로 유명하며 콘스탄티노폴리스 대주교직을 역임했습니다.
지극히 겸손했던 요한이었지만, 뛰어난 강론가이자 성서학자로서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흠모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나 유명세만큼 혹독한 시련과 고통이 생애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성 바실리오와 절친했던 요한은 그를 따라 은수자로서의 수도 생활을 꿈꿨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잠시 꿈을 접었습니다.
자신의 계획을 중단한 그는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하며 효도를 다 하다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즉시 광야로 들어가 수도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겪으셨던 고통과 십자가의 길을 깊이 묵상하며 고행과 극기의 생활로 뛰어들었지만, 결코 균형 감각을 상실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자주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철야나 단식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마음 속에 불타오르는 하느님의 사랑이 중요합니다.
모든 고행을 그 사랑의 불꽃을 더둑 치열하게 하는 수단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년간의 철저한 고행은 요한의 건강을 크게 악화시켰습니다.
몸이 너무 아파 더이상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된 그는, 어쩔 수 없이 광야를 떠나 고향 안티오티아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요한은 운명적인 만남, 즉 당시 안티오키아의 멜레시오 주교를 만나게 됩니다.
멜레시오 주교는 요한을 보자 마자 즉시 범상치 않은 청년임을 확인하고, 즉시 그를 부제로 서품하였습니다.
부제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요한은 오랜 기간 광야에서 갈고 닦았던 성덕과 인품을 자연스럽게 만천하에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4년 후 멜레시오 주교는 극구 사양하는 요한이었지만, 사제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사제품을 받게 한 후 안티오키아 주교좌 성당 주임 설교가로 임명하게 됩니다.
6년간의 광야 생활 가운데 쌓아 올린 탁월한 성경에 대한 요한의 강론은 사람들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그의 강론을 들은 사람들은 혹시 바오로 사도가 환생하지 않았을까? 하고 의심할 정도로 사목자로서 그의 인품과 학덕, 겸손의 덕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397년 콘스탄티노플 네그다리오 총대주교가 선종하자, 요한은 황제의 간곡한 부탁으로 주교직을 승계합니다.
당시 교회 상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리우스파 이단이 기승을 부려 교회에 큰 충격을 가했습니다.
사도 시대의 열렬했던 신앙과 청빈한 삶은 사라지고, 사치스러운데다, 게으르고 냉담한 신자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평소 엄격한 고행, 그리고 은수 수도자로서의 삶을 추구했던 요한은 그러한 교회 현실 앞에 침묵할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콘스탄티노플 교구 안에서만큼은 그런 폐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며, 요란스럽고 호화스런 모임을 폐지했습니다. 웅장한 주교관 대신 여행자 숙소나 환자들의 수용소를 건립했습니다.
악습에 깊이 빠져버린 사람들 눈에 요한의 모습은 즉시 반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고위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주교, 사제들 가운데서도 성인의 대쪽같은 삶에 큰 불만을 가지고 투덜거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자신의 노선을 꿋꿋이 유지했습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릇된 처신을 하면 인정사정없이 강력한 경고의 조언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에우도시아 황후의 재정적 일탈 앞에서도 직언(直言)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요한은 황제와 황후의 눈에 벗어나게 되었으며, 이런저런 무고와 모함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콘스탄티노플에서 추방당하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주교로 추대될 때의 엄청난 환영과 박수갈채는 온데간데없고, 이리저리 쫓겨 다니는 비참한 처지가 된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복권되었다가 재차 추방당하는 과정에서 체포되는 순간, 주교좌 성당 앞에 무릎 꿇고 기도를 바친 후 신자들에게 건넨 요한의 고별사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저는 성전(聖戰)을 했고, 달려야 할 길을 달렸습니다.
이제 더는 다시 여러분을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최후로 나는 여러분들이 가끔 나를 위해 간단한 기도나마 바쳐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바라볼 때 요한의 말년은 참으로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유배를 떠나서 어느 정도 정착하려 하면, 황제는 더 열악한 유배지로 그를 유배시켰습니다.
그런 유배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요한은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슬퍼하는 신자들을 격려하고 위로하였습니다.
또 다른 유배지로 떠나는 여행길에 여독에 지친 요한은 길 위에서 세상을 떠나는데, 세상을 떠나기 직전 이런 말씀을 남겼습니다.
“아, 하느님이시여, 만사에 있어 당신께 영광이 있어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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