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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9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9-29 조회수 : 409

상대방에게 천사의 역할을 요구하지 마십시오. 바로 내가 천사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천사(天使)들의 존재는 교부들과 신학자들 사이에서 잦은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들 존재 자체가 근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애매모호함으로 인해 명쾌한 설명이나 해석이 힘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천사들의 존재와 활동에 대해서는 신구약 성경 몇 군데에 드러나고 있는데, 대체로 그들은 하느님께서 인간 세상에 개입하실 때 매개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천사들은 하느님의 사자(使者), 하느님의 사신(使臣), 하느님의 심부름꾼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천사들은 하느님 편에 서 있는 영적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께 봉사합니다.
더불어 하느님의 명으로 인간 세상에 파견됩니다.
하느님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합니다.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을 인간에게 알려줍니다. 
 
‘하느님의 권능’이란 이름의 의미를 지닌 가브리엘 대천사는 나자렛의 마리아에게 파견됩니다.
그녀의 삶에 개입함을 통해 구원의 기쁜 소식을 모든 인류에게 전해주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치유’라는 이름의 의미를 지닌 라파엘 대천사는 눈먼 토빗에게 파견됩니다.
그의 병을 낫게 함을 통해 인류의 치유자이신 사랑의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누가 하느님 같은가?’라는 이름의 의미를 지닌 미카엘 대천사는 곤경에 처한 이스라엘에 파견되어 악을 물리치시는 승리의 하느님 이미지를 전달했습니다. 
 
척박한 이 세상살이지만 가끔 천사의 모습을 지닌 동료 인간들을 만납니다.
말투나 사고방식, 행동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한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로 집에서 게임만 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우셨던 선생님은 주말만 되면,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내 접선 장소로 모이게 했습니다. 
 
보통 대여섯 명, 많게는 열 명 내외까지, 생계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동반했습니다.
영양가 만점인 맛있는 간식도 직접 준비해서 산으로 들로, 그렇게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쐬게 해주었습니다. 
 
당신 숙소로 아이들을 데려가서 저녁까지 해먹이고, 집으로 데려다 주곤 하셨답니다.
따지고 보니 제2의 돈보스코가 따로 없습니다.
날개 없는 천사가 분명합니다. 
 
솔직히 세상의 좋은 것에 죽고 그리스도 안에 살겠다,
세상 속의 그리스도이신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서약한 우리 수도자들, 사제들은 신원의 속성상, 맡고 있는 직무에 따르면 천사의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천사는커녕, 평범한 한 인간 존재로서 가장 기본적인 역할과 도리에도 소홀하고, 자기 앞가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참 많이 부끄럽습니다. 
 
오늘날 이 천사의 역할은 누구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늘을 아무리 올려다봐도 날개 달린 천사는 더이상 찾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천사의 역할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천사의 역할을 요구하지 마십시오.
바로 내가 천사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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