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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0-02 조회수 : 304

 
"나는 주님의 위대함 앞에 얼마나 미소한 존재인지요?
그분의 거룩함 앞에 나는 얼마나 큰 죄인인지요?" 
 
 
요즘 시대가 바뀌어서 늘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특권의식, 우월주의, 특혜, 특별대우, 갑질, 차별대우 같은 구시대적 악습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난 근현대사를 돌아보니, 그런 악습에 깊숙히 빠져 살았던 악한 무리들의
횡포와 갑질로 인한, 가난한 국민들과 힘없는 서민들의 수난사(受難史)였습니다. 
 
청문회장과 국정감사장에서, 아주 거만한 자세로, 폼이란 폼은 있는대로 다 잡고, 틈만 나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참으로 봐주기 힘든 꼰대중의 꼰대인 한 국회의원을 보고, 정말이지 기가 차지도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그거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어찌 그리 쌩난리를 다 피웁니까?
보아하니, 지금쯤 집에서 지난 세월 반성하며, 손주손녀나 보면 딱 좋을 분 같은데, 그분도 죽을 고생을 하길래, 참 불쌍해보였습니다, 
 
인간 존재라는 것, 너무나 나약한 존재여서, 지속적인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할 때, 순식간에 안하무인, 꼴불견으로 돌변합니다.  
 
쥐꼬리 만한 권세라도 손에 쥐게 되면, 천하를 다 얻은 듯 거드름을 피우며 돌아다닙니다.
세상 사람들이 뒤돌아서서 코웃음치는 것도 모르고,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내가 누군줄 알아?’하며 허세를 부립니다. 
 
그저 야심으로 가득차 영혼은 사라진 채 좀비처럼, 불나방처럼,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의 미없는 것에 목숨을 거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들 인간의 시선으로 볼 때도 웃기고 가증스러운 데, 하느님께서 보실 때는 얼마나 더 웃기고 가증스럽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제자 직분의 사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지침을 가르치십니다.
요점은 제자들 자신의 신원에 대한 명확한 인식, 그리고 겸손의 덕을 지니라고 가르치십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하고 말하여라.”
(루카 복음 17장 10절)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제자는 종이라는 것, 제자로서의 사도직 수행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그에 따른 보상이나 특별대우를 바라지 말라고 가르치십니다. 
 
어떤 사람들, 참으로 봐주기 힘들고, 견디기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과대 평가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업적을 한껏 부풀려 과대 포장하는 사람들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근본, 원초적 결핍, 태생적 나약함을 잊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 특징이 마치 이땅에서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 살아갑니다. 
 
그런 사람들, 불과 20년 30년 세월이 흘러 정신을 차려보면, 자신의 육체는 아무 볼품없이 모습으로 차갑고 황량한 들판에 누워있을 것입니다.
영혼은 저 세상 어딘가에서 초조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도 꼭 쥐고 있던 재물들은 사방천지로 흩어져버렸을 것입니다.
남겨놓은 글도, 명성도 순식간에 잊혀져 버릴 것입니다.
그리도 자부심을 느꼈던 소중한 저서들은 킬로그램당 얼마씩에 팔려 고물상 한 켠에 쌓여있을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이 세상에서 뭔가 대단한 인물, 엄청난 존재가 되고자 발버둥치는 노력들이
얼마나 가소롭고 한심한 일이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 스스로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받은 것, 지금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사실 하느님에게서 온 것입니다.
그러니 쓸데 없는 허영심, 자만심, 하늘을 찌르는 교만함을 버려야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영적·육적으로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위쪽에서부터 오는 은혜요 선물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내가 지금 뭔가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 덕분이라는 것을 늘 고백해야겠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하느님의 위대함 앞에 나는 얼마나 미소한 존재인지?
그분의 거룩함 앞에 나는 얼마나 큰 죄인인지?
그분의 무한하심 앞에 나는 얼마나 유한한 존재인지, 나는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늘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것이 주님 마음에 드는 제자직 수행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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