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일
항구한 기도
[말씀]
■ 제1독서(탈출 17,8-13)
종살이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던 히브리인들에게, 그들이 생각할 수 있었던 하느님의 정의는 약속의 땅, 해방의 땅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자들을 물리쳐 이김으로써 드러날 수 있는 정의였다. 아말렉 사람들과의 전투에서 히브리인들은 혼란 속에서 믿음으로 호소하는 당신 백성에게 응답하시는 주님을 체험한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당신 백성을 위해 복수하시는 힘 있는 용사로서의 하느님으로 각인된다.
■ 제2독서(2티모 3,14-4,2)
사도 바오로는 사랑하는 제자 디모테오에게 성경의 말씀을 묵상하고 실천에 옮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강조한다. 특히 옛 신앙공동체의 신앙고백이 담겨 있는 성경을 열심히 읽고 묵상하는 방법을 통하여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는 참된 지혜를 배워나갈 수 있음을 가르친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이웃들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애정과 인내심으로 돌보며 격려하는 선교사명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 복음(루카 18,1-8)
주님의 제자들은 정의를 위한 자신들의 기도와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닌지, 혹시 하느님은 세상의 정의 문제에 대하여 관심이 없으신 분은 아닌지 의심을 품기도 했다. 주님은 오늘 한 편의 짤막한 비유 이야기를 통해서 하느님의 뜻 또는 정의는 지체 없이 드러나리라 분명히 말씀하신다. 그러나 문제는 하느님의 뜻이 펼쳐질 때, 이를 알아볼 만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하는 데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달리 전개되는 하느님의 뜻을 식별할 수 있는 신앙의 눈이 필요하다.
[새김]
■ ‘가을’ 하면 결실이라는 단어와 함께 정리라는 개념이 떠오른다. 올 한 해 루카 복음저자와 함께 우리의 신앙을 살피고 다져오면서, 그의 작품이 강조하는 주님의 모습 가운데 무엇보다도 ‘기도하시는 그리스도’를 본받고 따르기 위해 힘써 왔다. 세례를 받으신 후 기도하시자 하늘이 열리고(루카 3,21), 밤을 새워 기도하신 다음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시며(6,12-13),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을 때 당신의 거룩한 모습을 보여주신다(9,28-29). 또한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시며(23,34), 끝내 기도로 숨을 거두신다(23,46). 결정적인 순간마다 주님은 기도하신다.
■ 주님은 왜 기도를 하셨을까? 성부의 뜻을 살피고, 그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렇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말씀대로, 우리는 하느님의 결정을 바꾸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위해 기도한다. 우리의 뜻에 하느님의 뜻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우리의 뜻을 맞추기 위해 기도한다. 하느님의 뜻을 살피고 그 뜻을 선물 곧 은총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기본적인 신앙 행위, 그것이 바로 기도이기 때문이다. 기도가 기도다워야 하니, 항구함은 너무나 당연할 수순이 아닐까?
교우 여러분, 하느님의 뜻을 살필 때까지 우리의 기도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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