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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8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0-28 조회수 : 404

그분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시대 사목자들과 교우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고, 어떻게 영성생활을 하고, 어떻게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예가 하나 있습니다. 
 
저희 살레시오회 창립자 돈보스코 역시 살아 생전 감염병과 맞서 싸우신 경험이 있습니다.
돈보스코가 39세 되던 1854년 7월초, 제노바에서 콜레라가 발생해서 300명이 죽었다는 소식이 토리노 발도코 오라토리오에 전해졌습니다. 
 
7월 말경에는 토리노에도 첫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왕과 왕족들은 일찌감치 특수 제작된 감염 예방 마차를 타고, 도시 외곽의 안전한 성으로
떠났습니다.
귀족들과 부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최초 확진자는 발도코 오라토리오에서 아주 가까운 보르고 도라라는 지역이었습니다.
그곳은 이주민들이 정착한 판자촌이었는데, 하수도 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고,
영양결핍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8월 한 달만에 800명이 전염되었고, 500명이 사망했습니다.
토리노 시장은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할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했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라 다들 망설였습니다. 
 
돈보스코는 8월 5일 오라토리오 아이들을 모아놓고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하느님 은총 안에 있고, 아무런 대죄도 범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콜레라에 걸리지 않을 것임을 제가 보장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콜레라 환자들을 운송하고 간호하기 위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시장님의 호소를 들었을 것입니다.
물론 여러분은 이런 일을 하기에 아직 어리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형들 가운데 저와 함께 환자 간호나 이송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주님께서 아주 기뻐하실 것입니다.” 
 
그날 저녁에 아이들 가운데 14명이 지원했습니다.
며칠 뒤 나이가 어린 아이들 30명도 합류했습니다. 
 
아이들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첫번째 그룹의 큰 아이들은 병원이나 환자들의 집에서 하루 종일 간병했습니다.
두번째 그룹은 혹시라도 새로운 환자가 발생했는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확인했습니다.
세번째 막내 그룹은 오라토리오에 남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봉사를 시작하기 전에 돈보스코는 감염 방지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철저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조그만 식초병을 하나씩 나눠주고,
환자들과 접촉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게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팬데믹 시대 돈보스코가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눈여겨봐야겠습니다.
감염병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국가나 지방 정부의 일로만 여기지 않았습니다.
두팔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협조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을 자원봉사자로 모집하는 과정에서 감염되지 않도록 잘 교육 시켰고, 철저한 방역조치를 취했습니다. 
 
돈보스코를 밀착수행하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에 남긴 레뮈엔 신부의 증언입니다.
“감염자들에게는 홑이불, 담요, 옷가지 등이 자주 부족했다.
아이들은 그런 상황을 돈보스코의 어머니 맘마 마르가리타에게 알렸다.
그녀는 오라토리오의 옷장을 활짝 열어 뭐든 다 내주었다.
즉시 오라토리오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하루는 한 아이가 맘마 마르가리타에게 와서 환자 한명이 홑이불도 없이 침대에서 몸부림치고 있다고 하면서, 그를 덮어줄 적당한 것이 없겠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맘마 마르가리타는 성당으로 달려갔다.
제대포를 벗겨 소년에게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을 환자에게 갖다 주렴. 아마 주님께서도 눈감아 주시겠지?” 
 
돈보스코는 전염병을 하느님의 진노나 징벌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정부나 지도층 인사들의 탓으로 돌리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이 순간 전염병에 감염되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할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오늘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 축일에 질문 하나를 던져봅니다.
예수님과 사도들이 지금과 같은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셨다면, 과연 어떻게 처신하셨을까? 
 
물론 구원의 기쁜 소식, 복음을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었기에 그에 충실했겠지만,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겪는 고통을 절대로 외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과 사도들은 수많은 불치병 환자들, 악령들린 사람들에게 치유의 은총을 선물로 주셨듯이 감염병의 퇴치와 종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셨을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도 듣고 질병도 고치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리하여 더러운 영들에게 시달리는 이들도 낫게 되었다.
군중은 모두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애를 썼다.
그분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이다.”
(루카 복음 18~1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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