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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11-07 조회수 : 277

환자들에게 좀 더 잘 해주었더라면...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즉시 마음이 훈훈해지는 영등포 요셉의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늘 그립고 존경하는 선우 경식 요셉 원장님(1945~2008)께서 안중근 토마스 의사에 이어 신앙생활의 모범을 보인 평신도로 선정되셔서, 기림 미사가 봉헌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요셉 원장님은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의 병은 무료로 치료해 주셨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았던 탓에, 2005년 위암이 발병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하나! 
 
그는 병세가 깊어가면서, 극심한 통증으로 힘드셨지만,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평생 해오시던 무료 진료를 계속해나가셨습니다.
2008년 4월 15일(화) 의식을 잃고 쓰러지신 후, 4월 18일(금) 선종하셨는데, 쓰러지시기 불과 나흘 전까지 미사에 참석하시고, 진료를 하셨습니다. 
 
요셉 원장님께서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결혼까지 포기하셨습니다.
그분은 저희 수도자들이 크게 부끄러울 정도로 영적 생활, 기도 생활, 청빈 생활, 나눔 생활에 투철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노숙인, 부랑인 환자들의 육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전인적인 치유, 자활, 특히 영적인 치료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셨습니다. 
 
대형 종합병원에서, 아니면 개원의로서 여유 있고 편안한 삶을 사실 수도 있었는데, 요셉 원장님께서는 우리 사회의 가장 변방, 가장 낮은 곳에 병원을 세우셨습니다.
다른 종합병원에서는 우리 사회 거물급 인사, 갑부들을 VIP 고객으로 모시려고 다들 혈안인데,
그에게 VIP 고객들은 노숙인들, 외국인 근로자들, 가출 청소년들,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짧은 생애였지만 위대하고 놀라운 사랑의 업적을 남기신 요셉 원장님이셨지만, 말년에 늘 이런 고백을 서슴지 않으셨습니다.
저도 그분으로부터 직접 들은 말씀입니다.
“환자들에게 좀 더 잘 해주었더라면...” 
 
요셉 원장님은 피를 흘린 순교자는 아니지만, 땀의 순교자, 일의 순교자임을 확신합니다.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 역사 안에는 피를 흘린 순교 성인들은 흘러넘칩니다.
이제는 그분처럼 사랑의 순교자, 즉 삶을 통한 증거자가 더욱 많이 필요합니다. 
 
살아생전 평생토록 지상의 빵, 세상의 빵이 아니라, 생명의 빵, 영원한 생명을 주는 빵을 추구하셨던 선우 경식 요셉 원장님께서는 분명히 지금 이 순간, 그토록 그리던 천국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주님 품안에 안겨, 그분께서 나눠주시는 영원한 생명의 빵을 원없이 드시고 계시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또 다시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며 요셉 원장님을 기억합니다.
그는 평신도로서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어떻게 그리스도를 증거할 것인가를, 온 몸과 마음으로 증거하셨던 좋은 모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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