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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2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3-02-12 조회수 : 359

연중 제6주일

사랑은 율법의 완성

 

[말씀]

1독서(집회 15,15-20)

기원전 2세기 초에 집회서를 저술한 벤 시라라는 현자는 자기 주위의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들에게 걱정하는 마음과 함께 결단을 요구하는 말씀을 남긴다. 율법준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흔히 인간의 자유를 경시하는 경우가 많으나, 현자는 이를 거슬러 강하게 저항한다. 그는 신명기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인간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존재이며 동시에 선택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임을 역설한다.

2독서(1코린 2,6-10)

지난주 독서의 말씀에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분열을 경계하신 적이 있다. 이 분열은 그리스도의 부르심과 대치되는 순수 세속적인 판단으로 빚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당신의 십자가상 죽음으로 이러한 현실을 이미 타개하신 분이다. 이 십자가는, 자기의 판단에 대하여 확신을 지니고 있던 사람에게는 어리석은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십자가는 분명 하느님에게서 오는 참된 지혜의 원천이며 완성이다. 하느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이 지혜의 신비를 조금씩 밝혀 나가실 것이다.

복음(마태 5,17-37)

모세의 율법은 기나긴 세월 속에 여러 가지 제약들이 끊임없이 첨부되면서 그 본래의 가치를, 특히 사랑을 실천하라는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라는 역동적인 의미를 상실해 나갔다. 예수님은, 이 율법 해석의 권위자로 자처하던 사람들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으신 채, 율법의 근본적인 요소들을 추려내 새롭게 쓰기 시작하신다. 하느님 나라를 열망하는 사람들은 그 행실이 보다 근원적이며 자발적이어야 하며, 사랑 실천 또한 단순한 실천을 넘어서 몸과 마음을 다해야 한다.


[새김]

미지의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나아가는 꿈을 꿀 때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두려움 또한 숨기지 못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나, 이 도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의지하고 살아왔던 모든 의식과 행동 방식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이 가져다주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살아왔던 대로 그냥 살아가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 이집트 종살이 생활 속에서 히브리인들은 고통을 하소연했으나, 하느님이 보내신 모세가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이끌어 해방의 길, 자유의 길로 안내하려 하자 저항을 굽히지 않는다.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노예 생활을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고, 책임질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집트 종살이에서의 해방이 진정한 해방이 되기 위해서는, 해방이라는 하느님의 선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자세가 우선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집트에서 장소를 옮긴다 해도 수동적인 종살이 생활은 지속될 것이다. 이 가르침은 과거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우리를 위한 가르침으로 머문다. 새로운 모세이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해방과 자유의 길로 부르시는 만큼, 우리도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포기하고 새롭게 출발할 각오를 갖추어야만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분의 가르침이 구약성경의 규정들보다 더욱 근원적이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분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인, 인간답게 사는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기에 감사의 마음으로 수용해야 한다. 사랑을 주고받지 않고서 우리는 한순간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교우 여러분, 우리의 신앙은 적극적일수록 그 의미가 더욱 새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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