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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2-21 조회수 : 438

그런 사람! 
 
 
예수님과 제자들이 카파르나움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앞장서 가시고, 제자들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뒤따라 갔었는데, 제자들 사이에서 참으로 민망하고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제자 열둘 사이에서 누가 서로 높은가 하는 문제로 길거리에서 한바탕 다툰 것입니다. 
 
앞서가시던 예수님께서 그들의 미성숙한 모습을 놓칠 리가 없었습니다.
즉시 날카로운 질문 하나를 던지셨습니다.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하였느냐?”(마르코 복음 9장 33절) 
 
부끄럽기도 하고 어색했던 제자들이 입을 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예수님께서는 즉시 분위기를 파악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지네들끼리 서열 정리하느라, 서로 얼굴을 붉히며 길거리에서 대판 싸운 것입니다.
아직도 갈길이 먼 미성숙한 제자단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노출시킨 것입니다. 
 
제자들은 아직도 예수님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분 가르침의 핵심적인 요지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스승님께서 조만간 유다나 로마 제국을 능가하는 강력한 대 제국을 건설하리라고 기대했던 것입니다.
당연히 그 왕국이 서면, 미리 한 자리 확보하기 위해, 서열 다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다들 김치국부터 벌컥벌컥 한 사발씩 들이킨 것입니다. 
 
기가 차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셨던 예수님께서는, 즉시 특별 정신교육을 실시하십니다.
자리에 앉으신 스승께서는 어린이 하나를 불러 제자들 앞에 세우신 다음, 그를 꼭 안아주고 나서,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마르코 복음 9장 35~37절) 
 
예수님께서는 아무리 외쳐도 알아듣지 못하는 제자들을 향해, 그들의 자존심까지 긁어가시며,
강도 높은 특별 정신 교육을 실시하신 것입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 순수한 사랑의 언어로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는 시로 유명한,
존경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 ‘그런 사람으로’를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가
세상의 전부일 때 있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가득하고
세상이 따뜻하고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빛나던 때 있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비바람 거센 날도
겁나지 않던 때 있었습니다. 
 
나도 때로 그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보고 또 보아도 보고 싶은 사람이 아닐까요? 
 
틈만 나면‘내가 누군지 알아?’하고 나대는 사람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사람은 다시 상종하고 싶지않습니다.
엄청 높고 대단한 사람과의 만남 역시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반면에 어린이 같이 작고 겸손한 사람, 어깨에 힘을 뺀 사람,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 틈만 나면 밑으로 내려가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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