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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성지 신자 글

어찌할까요?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11-01 조회수 : 17

이십일 년을 살아온 집을 수리하느라 예술공원 입구에 있는 숙소에서 생활한지 일주일이 다 되어온다. 낡음이 주는 불편함이 달라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숙소생활이 다소 불편하지만 견디고 있다. 뭐든 새것이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사는 곳이 낡으면 불편한 점이 늘어난다.

숙소생활이 답답하여 수시로 밖으로 나가 단풍이 번지기 시작한 길을 산책한다.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길을 걷기도 하고 묵주 알을 돌리기도 한다. 채 어둠이 묻어있는 길을 따라 오르던 오늘 아침엔 고통의 신비를 바쳤다. 문득 드는 생각에 가슴이 일렁였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

예수님은 우리를 위하여 많은 수난과 모욕, 죽음에 이르셨다. 우리를 위한다는 말을 바꾸어 표현하면 우리 때문에 라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뭔데 귀한 예수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것인지. 오늘따라 우리를 위하여란 단어가 가슴을 뒤흔들었다. 기도가 끝날 무렵 나라도 그 분의 뜻에 맞게 잘 살아내야겠단 결심을 했다.

몇 달 전 동생이 암수술을 받았다. 몸이 그만그만할 때 형제들과 여행을 가기로 하여 제주도에 다녀왔다. 아침에 샌드위치를 만들어 배당에 넣고 올레길을 걸었다. 나보다 더 빠르고 힘차게 걸었던 동생이 삼십분도 못가서 쉬자고 하여 마음이 짠했다. 이렇게 , 조금씩 몸에 힘이 빠지다 죽음에 이르지 싶었다. 여러 생각으로 머리가 복작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쉬어 가면서 걸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동생의 댁이 또 암판정을 받았다. 부부가 몇 달 간격으로.

우리가 병 앞에 무슨 힘이 있겠나. 늘 사람들 틈에 계셨던 예수님이 떠올랐다. 늘 누군가와 함께 걸으시며 오래 된 병을 고쳐주셨고 불행에 빠진 이들에게 진정한 위로를 해주셨던 예수님을 따라가자. 그리고 함께 드리는 간절한 기도가 중요한 시점일 것이다. 내가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겪게 될지도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 함께 견뎌보자고 문자를 보냈다.

우리가 자신에게 펼쳐질 삶을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앞으로의 생은 하느님만이 아실 것이다. 우리들 때문에 돌아가셔야 했을 예수님의 처연함과 연민을 우리가 기도로 위로를 드리며 그 분의 죽음이 헛됨 없이 발자취를 따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