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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산성지 신자 글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1-01 조회수 : 111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람과 사람사이에 거리를 두라고 한다. 이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전에는 사람끼리의 거리가 필요하지 않았다. 성당에 들어서면 의자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스티커가 붙여있는 풍경이 이제는 낯설지도 않다. 처음엔 이상한 집단의 모임 같기도 하고 억지로 사람사이를 떼어 놓는 것 같아 거북하고 야박한 느낌이 들었다.


눈에 익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스티커가 붙이지 않은 의자가 불안감을 불러준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더라도 얼른 입에 넣고는 다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에 아예 카페를 멀리하게 된다. 이 괴상한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는 멀어지고 가까웠던 사람들을 잘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에 익숙해 본래의 얼굴을 잊어버리는 비극이 생기기도 한다. 점점 살벌해지는 느낌이다.


며칠 전 인터넷으로 파이브 피트라는 영화를 봤다. 주인공은 17살의 낭포성 섬유종을 앓는 환자다. 이 병은 유전이며 전염이 되지는 않지만 유전적으로 잘못된 염색체로 인해 폐나 허파, 간등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 생존기간도 매우 짧은 병이다. 여자주인공은 성실히 병원생활을 한다. 환자로서의 엄격한 규칙을 잘 따르며 폐이식을 기다리는 중이다. 주인공이 있는 병동은 같은 병을 앓는 환자들이 입원해있다. 같은 환자끼리는 6피트의 거리를 두어야한다. 17년을 6피트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온 주인공이 어느 날, 사랑을 하게 된다.


1피트를 버리고 5피트의 거리로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를 하기로 한다. 1피트가 줄어든 거리에 기뻐하는 두 사람이 모습이 짠하다. 순간이라도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배와 가슴엔 여러 패치를 붙이고 산소통을 멘 두 사람이지만 그 순간은 여느 연인과 같은 감정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좀 더 가까이 가고 싶기도 했을, 손도 잡아보고도 싶었을 그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여자주인공이 폐를 구해 이식수술을 하게 되지만 연인은 더 악화가 되어 떠나기로 한다. 마지막 장면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오래도록 기억하기를 바라며 해줄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홀연히 떠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신의 숙주가 소멸되지 않으려고 자꾸 변종을 일으킨다. 우리는 그 변종에 따라 방어를 해야 하는데 속도를 따라잡기가 어렵다. 가장 안전한 방어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착용이다. 바이러스가 힘을 잃거나 소멸되고 나면 다시 사람도 만나 커피도 마시고 마스크 없는 얼굴을 불 수 있는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언제가 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한다. 물론 하느님이 그대로 바라보고만 계시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서로 해치지 않고 존중하며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가능하리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