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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새해 맞이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2-01-01 조회수 : 130

우리 삶에 보이지 않게, 하지만 아주 확실하게 현존하시는 주님으로 말미암아 오묘하고 신비롭게 이루어지는 우리의 일상의 하루를 마주하며, 새로운 시작을 기쁘게 맞이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으로 지난 성탄과 연말 인사를 드렸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어떻게 매듭지으셨는지요. 또 시간이 이만큼 지나가는구나 하는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다시 한번의 시작을 위해 준비를 갖춰봅니다. 거룩한 성탄과 공현 시기에 성지의 모든 후원 가족 분들께 새해 인사드립니다.


작년 이맘때를 문득 떠올려 보았습니다.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을 시작할 때, 모두가 힘들었던 2020년이었기에 새해에는 그야말로 극복과 회복의 한 해가 되기를 한 마음으로 바라며 서로를 격려하였습니다. 성지에 오시는 분들에게도 제가 지난 일 년 동안 정말 애 많이 쓰셨다는 말씀을 드리곤 했습니다. 외적인 상황들과 우리가 처하게 되는 현실의 힘듦이 있었기에 그에 따라 당연하게도 내적인 소외감과 갈라짐도 우리를 지치게 했었지요. 신앙인으로서 삶의 현장에서 그 끈을 부여잡고 살아가기가 절대 쉽지 않게끔 되어만 가는 현실이었습니다. 아마 주변에서 약해져만 가는 신앙의 어려움을 저마다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지로 발걸음 하시는 모든 분들이 조금의 영적 충만함을 지니게 될 수 있도록 기도하였습니다.


매 미사를 봉헌할 때에 내적으로 충실하려고 노력하였고 저를 통해 이들에게 하느님의 통교가 전해지기를 지향하며 만나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마치 언제 이렇게 싹이 돋고 꽃이 폈는지 새삼스러운 것처럼, 언제 이리도 푸르게 나무 숲을 이루었는지, 어느새 붉게도 물들어 갔는지 놀라게 되는 것처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시고 또한 신비로이 섭리하시는 보이지 않는 뜻 안에서 우리가 말하는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일 년 전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고 여전히 우리가 처해 있는 실상이 우리 바람과 다르다 하더라도, 그리고 물론 피해 갈 수 없는 우리의 부족함도 크다 하더라도, 십자가 앞에 앉아 지난 시간 동안의 함께 해 주셨음을 고백해 보았으면 합니다. 어쩌면 하느님께 하고 싶은 말(?)이 많을 수도 있겠는데, 또 다시금 우리 앞에 열리는 새해의 시간 앞에서 우리의 기도는 감사와 희망으로 어우러질 것입니다.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우리를 돌보시는 천주이시기에.

 

한나라는 예언자가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루카 2,36-37)

그리스도의 탄생을 둘러싸고 요셉과 마리아를 비롯하여 목자들과 동방박사들, 아이들을 학살한 헤로데 임금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중에 시메온 예언자와 함께 등장하는 한나라는 노파가 인상적입니다. 84세의 과부, 어쩌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홀로 버텨왔던 삶, 성전에서 단식하고 기도하며 하느님만을 부여잡고 연명해 온 길고도 긴 세월. 지나고 보니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칼처럼 허망하게도 흩어져 버리는 날들. 인간적으로 구구절절한 인생길이었을 듯합니다. 그렇게 살아온 주름진 노파와 아기의 모습인 그리스도의 만남은 아주 극적으로 느껴집니다. 험난한 인생 끝에서 아기 예수를 만나고 찬미를 드리는 그 모습은 성탄을 매년 끝자락에 맞이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굵은 울림으로 알려주는 듯 여겨집니다. 한 해의 수고와 부족함을 한나처럼 봉헌하도록 합시다. 새로운 시작은 그렇게 열릴 것입니다.


한 해 동안 성지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정성을 모아 주신 모든 후원 가족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주님 안에 복을 누리고 평안하시기를 기원하며 기도 올리겠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