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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어농지기 이야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01 조회수 : 367


어농지기 이야기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어농성지 후원회원 가족 여러분. 지난 한 달 동안 평안하셨습니까?

이 세상에 빛으로 찾아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을 시작하며 지나간 시간을 돌아봅니다.

2020년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 농사가 시작되는 봄에 이상기후 현상으로 농작물들이 냉해를 입고 농민들은 한숨을 쉬어야 했습니다. 여름, 예년과 달리 참 오랜 기간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우리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유래 없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고통의 깊숙한 상황에서 살고 있습니다. 힘들고 아프고 답답하고 막막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지금까지 잘 버티며 살아오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잘 싸웠고, 잘 이겨냈습니다.


대림시기는 희망의 시기입니다. 지금처럼 힘들고 어두운 현실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막막한 상황에서 빛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과 고민에 괴로워하는 우리에게 답을 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 오고계십니다.


몇 년 전, 12월 25일 예수님 성탄 대축일을 캄보디아 북부에 위치한 '스퉁트렝'이라는 마을에서 지낸 적이 있습니다. 수원교구 청년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방문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경험하고 생각한 크리스마스는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의 상황이었지만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만난 예수님 생일은 기온이 30도가 넘는 따듯한 날씨여서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비교적 작은 크기의 성당 안이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캄보디아 현지 사람들, 돈을 벌기위해 캄보디아로 와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 그리고 한국에서 저와 함께 간 몇몇의 청년들이 함께 모여 성탄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미사가 시작되고 구유안치 예절을 위해 본당 신부님(=한국 외방 선교회 소속 동창 신부님)이 성전 뒤로 이동했습니다. 아기 예수님 상을 안고 아주 천천히 걸어오는데 저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왈칵 쏟아진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커져만 갔습니다. 제 마음 안에 찾아온 느낌은 이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왜 이렇게 작고 힘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셔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가난해서 신발조차 신지 못하고 맨발로 생활하는 아이들, 먹을 것이 없어서 하루에 한 끼 식사밖에 하지 못하는 사람들, 구멍 나고 헐거워진 옷 한 벌이 전부인 사람들,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수 십리를 걸어온 사람들이 모여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했습니다. 만일 예수님이 부자로 또는 힘이 센 군주의 모습으로 세상에 찾아오셨다면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함께 성탄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바로 예수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세상은 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직장을 잃고 앞으로의 삶이 막막한 사람,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눈물 흘리며 가게 문을 닫는 사람, 여러 이유로 빚을 지고 갚지 못해 발을 구르며 떨고 있는 사람, 병실에 격리되어 두려움에 떨며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하루 종일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답답하게 일하는 사람,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뵐 수 없어 죄송함에 고개 떨구는 사람 등 우리 모든 사람을 살리시기 위해 예수님은 아주 작은 아기의 모습으로 지금 찾아오고 계십니다. 대림시기 예수님과의 만남을 기쁘게 준비합시다. 우리에게 가장 큰 유일한 희망은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여러분 모두 빛이신 예수님을 만나 행복한 마음으로 새해 시작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어농지기 박상호 바실리오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