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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당리성지 신부님 글

장주기의 증손 장 가밀로의 증언2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9-01 조회수 : 172

찬미예수님!

 

늘 감사와 사랑을 드리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형제, 자매님과 순례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연일 폭염이 지속된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9월 순교자성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9월 순교자성월을 맞이하여 많은 성당의 여러 단체들에서 순례예약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요당리 성지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리고 순교자 성월을 뜻깊게 보내시려는 순례자 여러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기쁘고 좋습니다.

수많은 순교자분들은 어떻게 순교를 하실 수 있으셨을까? 참으로 놀라운 질문입니다. 그 무서운 혹형들을 받으시면서도 꿋꿋이 참고 인내하시며 주님께 모욕을 드리지 않으려 하면서 주님을 위해 죽을 수 있음을 기쁨으로 생각하시며 순교의 영광을 얻으신 순교자들을 바라볼 때마다 숙연한 마음과 함께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나도 순교자들처럼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순교가 증명하듯 순교자들의 신앙생활은 진실되고 참되었습니다. 부족한 신앙심에 허덕이는 나이지만 이번에는 순교자들처럼 마음먹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은총을 주님께 청해봅니다. 순교자 한 분 한 분의 삶을 들여다보는 순교자 성월이 되신다면 은총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달에 이어 1935<경향잡지>에 투고한 장주기 성인의 증손 장 가밀로의 증언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군난화망(窘難禍網: 박해의 그물)은 방방곡곡에 처놓았으매 여기 가도 수군수군, 저기 가도 수군수군 피할 곳이 전혀 없었다. 등하불명(燈下不明 : 등자나 밑이 어둡다)이라니 서울로 올라가서 어떤 동리(洞里)에 숨어살 새 혹독한 군난은 불꽃같이 성하여지는지라. 어느 날 손자가 길에 나가 놀다가 보매 포졸들이 기쇠(앞잡이, 배교자)를 상제복에 입혀서 에워 쌓아가지고 달려가는지라. 급히 들어와서 본 바를 말하니, 여러 어른들이 상의하되 이곳에 있다가는 우리들이 다 잡힐 터이니 속히 피하여 다른 곳으로 가야하겠다. 그러하나 식구 하나가 어디가서 아니 왔으니 오늘 기다려서 오거든 함께 도망하자하고 오기를 기다릴 새 마침 그때에 (장주기) 요셉의 아들이 집에 없었다. 날이 저물도록 오지 아니하매 온집안이 다 마음을 졸이고 오장(五臟)이 타는지라. 그러나 일변(한편) 도망할 예비를 할 새 의복 등 물()을 모두 싸서 행장을 차려놓았으나 기다리는 식구 하나가 오지 아니하고 밤은 점점 깊어갔다.

모두 민망하고 답답하여 다시 상의하여 말하되 포교들의 눈치를 가리기 위해 다듬이질이나 하자하고 다듬이 소리를 내고 있었더니 얼마 후에 포졸들이 기쇠를 앞세우고 부지불각(不知不覺 :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달려들거늘 모두 황겁(惶怯)하여 앉았는데 기쇠가 큰집 식구들만 대어주고 무슨 마음으로 (장주기) 요셉의 아내와 손자는 대어 주지 아니 하며, “저 사람들은 다 모르는 사람이라하니, 포교들이 그 말을 듣고 큰집 식구들만 묶어 앉히고, 또 묻되 저 사람들은 다 어떤 사람이냐?” 하거든, 묶여 앉아있는 이들이 대답하되 저 사람들은 이사가는 사람으로서 날이 저물어 더 가지 못하고 내 집에 뜻밖에 들어와 오늘 밤에 유하는 중이라하니, 원수들이 또 살펴보매 이삿짐도 한편에 있고 또한 기쇠도 대어주지 아니하여 가만두었었다.

조금 지나서 밖에서 사람의 자취 소리가 나며 방문을 열고 들어오려 할 때에 별안간 방에 켜놓은 불이 꺼지는지라. 여러 식구들은 오랫동안 기다리던 이가 온 줄을 알고 포교의 눈에 들키지 않게 할 생각으로 크게 소리를 내어 말하되 어떤 사람이기에 이 밤에 남의 집에를 무례히 들어오느냐?” 하니, 방으로 들어오려 하던 (장주기) 요셉의 아들이 벌써 사세(事勢)를 알아듣고 말하기를 아뿔사, 밤에 길을 잘못 들어 남의 집으로 그릇 들어왔으니 대단히 잘못하였습니다하고 그만 도망하여 벗어나서 어디가 밤을 세고 그 이튿날 와보니 큰댁 어른들은 전부 포교의 손에 잡혀갔음을 애통막극(哀痛莫克 : 슬픔을 이길 수 없음)한 마음 측량(測量 : 헤아림) 없으나, 남이 알까 두려워 눈물만 머금고 울음을 억지로 참자하니, 그 고통이 어떠하였으랴!

일변(한편)으로는 떨리고 무서워 잠시라도 그곳에 있을 마음이 없음으로 늙은 모친을 뫼시고 처자를 데리고 피난하여 시골로 다시 내려갈 새 얼마나 황겁하였든지 길에서 모친 곁에 가까이 뫼시지 못하고 멀리서 서로 바로보며 행()하다가 모친이 배고파서 기력이 핍진(乏盡)함을 보면 마음이 아파 오장이 다 끊어지는 듯 하건마는 불행히 포교들의 눈에 들켜 잡힐까 무서워서 자기 모친에게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하고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말하여 여보시오! 저기 가는 저 노부인이 어디로 가시는 어른인지 나는 모르겠으나, 아마 저 노인이 매우 시장하여 기진하신 듯 하니 남보기에도 대단히 딱하오하고, 손으로 음식점을 가르치며 저리 가십시다하고 뫼시고 가서 음식을 사서 기갈(飢渴)을 면하여 드리고, 길을 행하여 시골로 내려와 이리저리 숨어 다니며 만단고초를 다 위주하여 달게 받다가 요셉의 아내와 아들이 먼저 세상을 버리매 그 남은 가족들은 어디 가 의지할지 한심하고 처량하여 방황으로 속절 없이 유리(遊離 : 떠돌아다님) 하였었다.

 

박해시대 포졸들에게 체포되지 않으려는 가슴 떨리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안타깝게 큰 집 식구들은 체포되었고 장주기 요셉의 아들 식구는 도망할 수 있었지만 그 처량한 모습은 다른 신자들의 모습도 비슷하였으리라 생각하게 해줍니다.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강버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