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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 신부님 글

양근성지에서 온 편지 10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0-01 조회수 : 200

+ 자기 십자가

 

아침저녁으로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도 지낼 수 있는 가을의 시작입니다.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10월 인사를 올리며, 아름다운 가을 풍요로운 열매를 맺기를 두 손 모아 기도를 보냅니다. 필요할 때 꼭 꺼내쓰시길 바랍니다.

우리 삶에는 자기가 아니면 안 되는, 또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흔히 십자가라고 합니다. 십자가란 단순히 고통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성숙시키고, 나아가 자기실현과 자아 초월을 이루게 해주는 상징입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양근성지에서, 신부, 주부, 농부, 잡부의 역할을 하며 행복하게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이 중에 제일 버거운 일이 잡부입니다. 잡부는 성지의 온갖 궂은일을 해야 합니다. 그중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제일 버겁습니다.

지난 9월 어느 날 아침의 일입니다. 창문을 열고 아침기도를 바치는데 성지 옆 카페에서 7080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몇 차례, 성지 옆이고, 노래 소음으로 힘들다고 조용히 이야기했지만 계속 시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무서운 인내력으로 기도를 마치고 카페에 가서 큰 소리로 음악 소음에 대한 불평을 이야기했습니다. 주인은 미안하다고 하는데 주인의 지인들이 커피를 마시다가 당신 뭐야?” 하며 시비를 걸어 왔습니다. 그래서 저도 지지 않고 성지에 사는 사람인데 제3자는 빠지라고 소리를 치고 성지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음악은 꺼졌고 성지에서 노래하는 새들의 합창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집에 도착했는데 성지 앞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이 성지로 들어가는 길 한가운데 주차를 해 놓았습니다. 순간 열이 받았습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문화센터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주차지도를 건의 했었지만 이날도 주차지도를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화센터를 찾아가 성지 입구를 막고 있는 차를 빼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조금 후 젊은 여성 차 주인이 오더니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저는 화가 났고 차량본네트를 가볍게 두드리며 올바른 주차에 대한 참 교육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차 주인은 차 문도 내리지 않고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경찰들이 왔습니다. 저의 행동으로 위협을 느꼈다며 차 주인이 신고를 했던 것입니다. 참 어이없었습니다. 112 경찰 신고가 이렇게 빨리 전달되는 것도 신기했고, 불법 주차를 한, 차 주인에 대한 주의는 주지 않고 저만 조사하는 것 이었습니다. 결국 차 주인은 아무 주의도 받지 않고 사라졌고, 물론 저도 무혐의로 돌아왔습니다. 그다음 날 문화센터에서 성지 진입로 옆에 삼각뿔 주차금지를 표시해 놓았습니다.

사무장님과 지인들은 말합니다. 신부님이 체신머리 없게, 또 신부 이미지 버리게 왜 사람들과 언쟁을 하느냐고 말입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 했습니다. “본인들이 말해도 시정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잡부인 내가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인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하지만 아무리 재력과 권력이 있다 해도 남이 해주지 못할 일이 많습니다. 특히 건강과 마음 관리, 하느님과의 관계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고 오직 자신만이 해야 하는 일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당신은 반드시 예루살렘에 가시어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나야 한다. 그런데 베드로가 예수님께 맙소사.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예수님은 베드로를 가리켜 사탄이라 하며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며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을 생각한다고 크게 나무라십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대노 하신 이유는 예루살렘 십자가상 죽음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고, 자신만이 해야 할 하느님의 사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후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꾸겠느냐?”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십자가와 목숨은 바로 이번 생에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 해주지 못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자기실현과 자기 초월을 통한 하느님과 하나됨의 큰 목적인 것 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또 대신해 주지 않는 일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고 싫증 내고, 피하고, 도망가지 않는 삶 사시길 바랍니다.

이제 저도 제가 아니면 대신할 수 없는 일에 더욱 충실하고 특히 양근 성지에서 온 편지싫증 내지 않고 한 달을 돌아보고, 양근성지 후원 가족들께 기도 보내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제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편지도 끝냈고, 이제 밀린 빨래나 해야 하겠습니다. ㅎ ㅎ ㅎ

 

202310월 홀로 행하며 칭찬과 비난에도 흔들리지 마라.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