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성지

Home

성지회보
기사

양근성지 신부님 글

양근성지에서 온 편지 11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1-01 조회수 : 224

+ 보라! 떨어지는 낙엽을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하느님 곁으로 간 연령님들을 생각하는 11월입니다.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의 연령님들을 위해 기도 보냅니다.

2023118일은 저의 모친 천상탄일 1주년 되는 날입니다. 아직도 옆에 계신 것 같은데 눈에 보이지 않아 가슴 한쪽이 뻥 뚫린 느낌이 들 때마다 내면의 하늘에 계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하느님, 어머니 아버지의 영혼이 천주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우리는 매 미사 중 성찬의 전례를 합니다. 사제는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며 이는 내 몸이고 피이니 너희는 이를 받아먹고 마셔라.’ 그리고 이어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하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 우리 내면에 하느님 계시고, 예수님 계시고, 성모님 계심을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돌아가신 모든분들 특히 지인들은 우리 내면에 살아 계시니 보고 싶은 분들이 생각나면 가슴에 손을 얹고 기도하고 대화하십시오. 그러면 분명한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요즈음 성지 나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 자기 몸에 붙어있던 소중한 낙엽을 땅으로 떨어트립니다. 저는 떨어지는 낙엽을 정리하며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떠올립니다. 죽음을 떠올릴 때 더 겸손해지고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소중한 선물이라 생각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죽음이 찾아오면 세상 모든 것이 필요가 없음을 인식하며 내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나무가 겨울을 나기 위해 제 몸에 붙어있던 낙엽들을 땅으로 던지듯 저도 버리는 연습에 열중입니다.

예수님은 하늘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고 하십니다. 밭 임자는 오전 9, 오후 3, 오후 5시에 나가서 일꾼을 사 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일한 사람과 오후 늦게 일한 사람에게 동일한 일당을 줍니다. 언뜻 보면 잘못된 경제 논리인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주인의 마음입니다.

포도밭 주인은 오늘하루 해야 할 일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일꾼들을 계속 투입한 것입니다. 따라서 하늘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는 비유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끝냈을 때 마음에 밀려오는 개운함과 평안함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아니면 안되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무사히 마쳤을 때 찾아오는 편안함과 행복감이 곧 하늘나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불평을 하거나 거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즐기면서 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그 순간이 또한 하늘나라입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하루를 살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 중 과거와 미래를 많이 떠올립니다. 대개 과거를 떠올리며 걱정하고, 미래를 떠올리며 불안해하며 현재에는 두려워합니다. 왜 이럴까요? 우리는 하루를 살아도 온전히 하루에 있지 않고 과거와 미래를 돌아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늘나라를 체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매 순간 초대하십니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 아름다운 산과 바다, 그리고 내면의 휴식을 위한 기도, 미사, 공부로 초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임금님의 초대에 밭으로, 장사하러 가는 사람처럼 삶을 내일로 미룹니다. 절대로 삶을 내일로 미루지 마십시오 하늘나라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일어나는 상태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온전하게 하루를 보내기 위해 과거와 미래를 버리고 온전히 오늘에 집중하여 살고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하느님의 초대에 예 여기 있습니다.’ ‘예 할 수 있습니다로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0월 중순 저의 출신 본당 팽성성당 교우분들이 순례를 오셨습니다. 참 행복하고 성지에 많은 도움을 주셨음에 편지로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신학생 시절 많은 도움을 주신 교우분들, 그리고 동창, 후배 신부님 어머니를 뵈면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동안 못 본 사이에 다들 늙으셔서 오셨습니다. 팽성 본당 지인들을 만난 후 저도 이분들처럼 이쁘고 아름답게 늙어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팽성성당 교우분들이 아름답게 늙어가는 비결은 순박하게 살고 늘 하느님 안에서 기도하며 살기 때문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제 우리 모두 매일 늙어 갑니다. 아름답고 이쁘게 늙어가기 위해 소박하고, 하느님 안에서 겸손하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우리도 언젠가는 세상적인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음을 떠 올려야 할 것입니다.

 

 202311월 낙엽을 정리하며.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