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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농성지 신부님 글

어농지기 이야기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0-01 조회수 : 155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어농성지 후원회원 여러분. 우리 고유의 추석명절 즐겁게 보내셨습니까? 성모님과 함께 기도를 봉헌하며 하느님 사랑에 젖어드는 풍요로운 10월 묵주기도 성월이 찾아왔습니다. 노랗게 물든 들녘을 바라보고 있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오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며칠 후면 우리 어농성지의 논도 가을을 합니다. 성지에서 자란 윤기 흐르는 유기농 쌀을 드시고 싶으신 분은 지금 바로 성지사무실로 전화해 주세요!

 

전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서서히 물러가면서 요즘 성지를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가을은 순교자들의 피와 땀, 신앙이 뿌리내린 성지를 순례하는 최고의 시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례를 통해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밤과 도토리도 줍고 낙엽을 밟으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행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신부님은 저보다 160년 먼저 태어난 선배이십니다. 조선 땅에 그리스도교의 씨앗이 뿌려지고 참 많은 사제들이 예수님 뒤를 이어 훌륭하게 사목생활을 해오셨습니다. 선배님들을 따라 사제의 삶을 살아온 지난 15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삶이 너무 힘들다고 선배사제 앞에서 눈물을 흘릴 때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사제의 길에서 도망치고 싶은 유혹이 저를 흔들 때도 있었습니다. 인간적인 나약함과 게으름, 교만 앞에 십자가의 예수님을 바라보지 못 할 때도 있었습니다. 교회의 현실에 절망을 느끼며 이를 안주삼아 술을 많이 들이켠 날수도 적지 않습니다. 선후배 사제들을 바라보며 비판과 냉대의 눈빛을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하느님이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온갖 꼼수들을 부리며 허무한 시간을 보낸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못난 저를 주님께서는 교회의 사제로 선택해 주셨습니다. 부족함 투성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희망을 갖고 힘을 내 사제의 길을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은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저의 수많은 죄를 당신의 십자가로 다 씻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은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저와 함께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지난 사목생활 속에 늘 함께해주신 주님의 사랑을 마음 깊이 느끼고 생활하는 요즘입니다. 묵주기도 성월에 예수님의 사랑 체험하시기를 성지에서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이 말은 확실하여 그대로 받아들일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죄인입니다.”-티모테오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