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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성탄 묵상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1-01 조회수 : 144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며 성탄 축제를 지내는 가운데 2024년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지난 한 해를 뒤로 하고 다시금 새로운 시기를 맞게 하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성지의 모든 후원회원 분들과 봉사자 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루하루 하느님께 나아가는 여정임을 알고 어려움과 시련들을 굳세게 이겨내며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시기를 기원하며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주변의 이웃들과 함께 새해 첫 달의 소중한 시간들을 충만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우리 각자가 갖는 다짐들을 아기 예수님께 봉헌하면서, 사람이 되어 오신 말씀이신 분의 뜻대로 살아 나갈 수 있는 은총도 청하면 좋겠습니다.

새삼 돌아보면, 지난 12월을 시작하면서 대림절을 맞이하였고 유독 짧았던 대림시기를 보내고 성탄을 경축하며 새해의 첫 주간을 지냈으니, 얼추 한 달의 시간이었습니다. 빛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고 준비하고 맞이하고 그 뜻을 새기기에 그리 넉넉했던 시간은 아니었던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물리적인 시간의 길고 짧음에만 달려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제 스스로 갖게 되는 아쉬움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구유 앞에서 바라보는 아기 예수님의 평온한 미소에서 괜스런 송구함을 느끼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성탄을 맞이하셨는지요. 그동안 성지에 오시는 분들에게 늘 말씀드린 것인데, 올 해도 맞는 성탄이라는 시기가 나에게 주는 의미를 깨닫고 마음 깊이 간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마다가 갖는 성탄 묵상, 내가 되어 오시는 하느님께 고백하는 작은 기도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해마다 기리는 성탄이라는 사건이 새롭게 다가오도록 하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여기, ‘주님께서 사랑하셨던 제자’(요한 20,2)라는 요한이라는 인물의 성탄 묵상이 있습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요한 1,1.3) 열 두 사도 가운데 한 명으로 어부 출신으로 형제인 야고보와 함께 그물질하다 예수님께 부르심을 받고 제자가 되었던 요한이 묵상한 성탄의 첫 시작이 놀랍습니다. 태초의 그 시간, 세상 모든 것이 말씀으로 창조되었던 그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말씀이신 분의 탄생을 묵상하는 것이지요. 창조하시던 말씀이 창조된 인간이 되셨다는 놀라운 사실을 요한은 자신의 기록으로 찬미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요한 1,10-11) 생명의 말씀이신 분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도 놀랍지만,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맞아들이지 못하는 모습도 놀랍습니다. 그렇게도 빛을 꺼리고 어둠에 있기를 좋아하는 세상의 모습과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에 그렇습니다. 빛의 오심으로 드러나는 어둠이 아직도 무겁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짙을지 모르는 어둠이 자리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이 육()을 취하시어 그 육()의 한계를 극복하셨으니 우리는 거기에서 영원한 희망을 찾게 됩니다. 우리의 짙은 어둠을 비추시러 참 빛이 오신 것은 드러나는 어둠만큼이나 큰 기쁨의 메시지로 우리에게 선포되었습니다. 그렇듯 성탄은 바로 를 위해 태어나신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 속에 언제나 변함없이 머물며 주어지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하도록 합시다. 성탄의 그 거룩한 뜻을 마음에 품고 올 한 해도 굳건하게 시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