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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시복시성(諡福諡聖)을 청하며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3-01 조회수 : 137

거룩한 사순시기를 잘 보내고 계신지요. 올해는 특별히 부활이 빠르게 찾아오기에 사순의 하루하루가 더 짧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우리 생각보다 더 금세 찾아올 기쁜 부활을 착실히 준비할 수 있도록, 주어지는 삶의 시간들을 십자가를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러하기 위해, 시기에 맞추어 전례와 성사에 충실히 참여하고 성체를 모시며 기도에 열중해야 함을 여러분 모두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물론 저도 매일 미사를 봉헌하기에 앞서 제 자신 역시 그러할 수 있도록 다짐하는 마음으로 제의방에 들어갑니다.

성지에서는 매일 미사 전에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를 바칩니다. 그 기도문을 열심히 바치도록 교회가 권고하고 있고 수많은 신앙 선조들의 후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하느님께 이들을 복자와 성인품에 올려주시기를 청하기 전에 먼저 우리 스스로가 알아야 할 것이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103위 성인이 탄생한 후 어리석게도 우리나라가 세계 몇 번째 성인 보유국이냐를 따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성은 신자들에게 성인 되는 삶을 제시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천주교회는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숫자가 모자라 또다시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굳이 세계 순위를 따지려면 성인을 본받으려는 열성의 순위를 따져야 할 것이다.(124위 복자 탄생 이전에 쓰여진 글임을 참고 바랍니다.)

원래 시복과 시성은 복자나 성인이 되는 당사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죽은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산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다.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의 나라에서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살고 계신 분들에게 복자나 성인이라는 칭호가 그 어떤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한다. 단지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들을 마음으로부터 사랑하고 존경하며 본받으려 할 때 그 사람의 생각과 삶이 바뀌어 결국 그는 하느님이 원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가 신앙의 영웅들을 뽑아 시복과 시성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시복과 시성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자를 자발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의미가 있는 시복과 시성이 되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을 조사하고 심사하여 적격자를 가리고 복자나 성인으로 선포하는 것이 아니다.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공경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면 그를 조사하고 심사하여 시복시성 여부를 정하는 것이다.”

-<103위 성인의 탄생 이야기>. 윤민구. 2009.

 

우리 모두가 이 땅의 많은 순교자들의 후손으로서 그들을 본받고 공경하는 신심이 얼마나 우리 자신을 위하여 필요하고 소중한가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훨씬 거슬러 일찍이 그들을 이끄셨던 하느님의 섭리가 놀라움을 깨닫습니다. 순교성지에 찾아오시는 분들과 성지를 기억하고 후원하며 기도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순교자 신심을 열심히 쌓아가며 현세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시도록 미사 봉헌하고 기도하겠습니다. 다가오는 성주간과 부활 축일도 기쁘게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