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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성지 신자 글

다시 시작한 여행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4-01 조회수 : 150

나는 지금 포르투갈의 포르투라는 도시에 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고 자고 일어나면 귀국길에 오른다. 내일 아침 근처에 있는 알마스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서둘러 포르투공항으로 가야한다. 알마스성당은 포르투에 도착하고 처음 마주한 성당이며 외벽이 하늘색 타일인 아줄레주로 장식되어 있어 감탄을 했었다.

오늘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카사 다 무지카로 향했다. 음악의 성전으로 불리는 건물이 독특하다. 일반적인 건축과는 달리 해체주의형식을 도입한 건물이다. 원래는 트램의 차고지였던 곳에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여러 장르의 공연을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게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의 주거지에 건축을 하였다고 한다. 건물을 에워싼 구릉지 느낌의 마당에서 자전거나 보드를 타는 아이들, 뜬금없이 언덕에 설치된 벤치가 독특했다. 나도 그들처럼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자전거 묘기를 보여주려고 시도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아이들과 한보따리 짐을 풀고 있는 아이들의 엄마는 큰개를 옆에 앉히고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며 끊임없이 무슨 말을 해댄다. 아마 조심히 타라는 당부가 아닐까.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카사 다 무지카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공연티켓을 예매하고, 일을 다 본 사람들은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있었다. 시간이 여유로워 우리도 공연 하나쯤을 관람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여행은 내가 먼저 떠났고 6일 후 작은 딸을 밀라노에서 만났다. 그리고 10일 후에 큰딸을 마드리드에서 만나 세 모녀가 완전체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셋이 함께 하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이지만 마지막일 될지, 아니면 더 있게 될지는 알 수 없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모녀의 여행에서 하루에 세 번은 충돌하는 게 기본이라는데 우리는 아직, 여행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충돌을 하지 않았다. 나는 여행의 중간에 작은 딸을 만난 것이고 작은 딸은 여행의 시작이었다. 여행의 막바지에 큰 딸과 합류를 한 것이다. 혼자의 여행은 체력조절을 하여 버겁게 느껴지지 않지만 젊은 애들이라 힘겨울 때가 있다. 딸들이 걱정을 할까봐 힘을 내보지만 자꾸 앉을 자리를 찾게 되는 내가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나이는 어쩔 수 없음을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실감을 했다. 가는 곳마다 숙소에 도착하면 성수를 뿌리며 달갑지 않은 분위기에 말려들지 않게 도움을 청한다. 잠깐 선잠을 자고 있던 큰 딸에게 성수 방울이 튀었는지 천장에서 왜 물이 떨어지냐 길래 한참을 웃었다.

이번 여행이 딸들에게 어떻게 기억될지...내가 세상에 없더라도 아름다운 날들이었다고 흐뭇한 기억이 되기를 바라며 남은 시간까지 마음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