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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 신부님 글

그냥 지나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4-01 조회수 : 67

싱그러운 봄바람이 좋은 오늘입니다.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은총이 충만히 내리시길 기도드립니다. 점심을 먹고 양강섬 순교지를 한 바퀴 돌고 왔습니다. 작년 충주댐 방류로 구부러진 양강섬 부교가 새롭게 꽃단장을 하여 제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성지에 오시면 꼭 한 번 들르시어 순교자들과 함께 기분 좋은 산책 하시길 강추 합니다.

성지 겨울 방학(순례자가 드문 1월과 2)이 끝날 무렵 제주도에 일이 있어서 급하게 비행기 표를 끊고 김포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그날따라 비가 오고 안개가 조금 끼어있었습니다. 공항 가는 길은 정체가 심했으나 아슬아슬하게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를 겨우 타고 제주도에 도착 했습니다.

제주도에 도착하여 일을 보고 점심을 먹고, 바닷가도 한 번 둘러보고 일찍 공항에 도착하여 빠른 비행기를 타려 했으나 이미 모든 비행기가 만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른 저녁을 먹고 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타야 할 비행기 게이트에 도착하고 얼마 후 공항 방송으로 제주 공항의 안개가 심해져 모든 비행기가 결항이라는 방송을 들었습니다. 순간, ‘이러면 안 되는데, 오늘 서울 가야 하는데, 다음 날 순교자들과 함께하는 미사 봉헌해야 하는데하며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일단 제주도를 나가자는 생각에 배편이 생각나 무작정 가까운 항구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택시 줄이 너무 길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대형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후 제 차례가 되었는데 차는 없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기사분이 나타나(마치 성모님께서 보내주신 천사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가까운 항구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를 나가려 한다고 하니 마침, 제주항에 가면 완도 가는 배편이 있다고 했습니다. 급하게 제주항으로 향했습니다. 제주항에 도착하니 승선이 다 이루어져 마감되었다는 직원의 말에 절망하며 사정을 말씀드리니 고맙게도 배를 탈 수 있게 해주었고 밤늦게 완도에 도착했습니다.

늦은 밤 완도에 도착하니 그날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 택시가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장거리 택시를 수소문해서 겨우 양평에 도착하니 새벽 330분이었습니다. 완도에서 양평으로 오는 길은 그야말로 죽음의 레이스였습니다. 택시 기사님의 운전실력은 끝내주었습니다. 기사님은 평균 160킬로 이상으로 달렸고 저는 무서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계속 속으로 바치며 왔습니다.

집에 도착 하여 샤워를 하고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뒤척이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고, 다시 씻고 기도하고 11시 순례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바치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하는데 이번 제주 여행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지만 결코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는 것입니다.

창세기에 신앙의 선조인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시험으로 자기의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기 위해 모리아 땅에 있는 어느 산으로 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외아들을 번제물로 바치려고 하는 순간 하느님의 도움으로 아들 대신 숫 염소를 제물로 바치게 되고 하느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네가 나에게 순종하였으니,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기2218)

아브라함이 아들 이사악과 함께 모리아 땅으로 가는 길이 곧 하느님의 시험이었고, 아브라함은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 신뢰로 외아들을 살리고 큰 복을 받습니다. 이처럼 과정 없는 결과는 없는 것입니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셔서 기도하시며 거룩하게 변모하십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또한 높은 산을 오르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예수님의 부활 또한 십자가상 죽음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우리의 하루 일상은 하느님께로 가는 과정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요한 1224-26)

고통과 죽음 없는 부활 없고, 기나긴 노력과 공부, 그리고 기도 없이는 자기완성과 자기 초월에 이를 수 없습니다.

 

20244월 자기완성과 자기 초월로 가는 길에

 

양근성지 전담 권일수 요셉 신부 올림